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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14년, 경찰 18년 근무… "국립묘지 안 되나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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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2 10:36:12 수정 : 2019-05-22 11: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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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립묘지법, '20년 이상 軍 복무자 안장 대상' 명문 규정 / 군대·경찰 합쳐 33년 복무한 전직 헬기 조종사도 '퇴짜' 맞아 / 국회에 국립묘지법 개정안 쌓여 있지만 '軍·警 합산'엔 무관심
화교참전용사 묘비(왼쪽 강혜림, 오른쪽 위쉬팡) /2014.06.18/김범준기자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은 20대 국회 들어 개정안이 굉장히 많이 발의된 법률들 가운데 하나다. 2016년 20대 국회 개원 후 총 31건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돼 그중 11건은 처리 또는 폐기됐고 나머지 20건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어찌 보면 대중의 관심이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은 국립묘지법에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이토록 매달리는 건 누굴 국립묘지에 모시느냐, 곧 안장의 ‘대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국가보훈처는 10년 이상 20년 미만 군 복무자들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빼는 대신 국가 공권력에 희생된 사람들을 안장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묘지법이 ‘진영’과 ‘이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헌법재판소도 국립묘지 안장의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가 쟁점인 사안을 다뤄 눈길을 끈다.

 

◆군대·경찰서 33년 복무… "그래도 국립묘지 NO"

 

헬기 조종사 A씨는 군대에서 14년 2개월, 경찰에서 18년 11개월을 더해 총 33년간 군대 및 경찰에서 헬기 조종사로 일했다. A씨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지킨다는 점에서 군대와 경찰은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자세로 복무에 임했다.

 

그런데 2008년 6월 정년을 맞아 경찰을 떠난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현행 국립묘지법 제5조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만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A씨처럼 군대와 경찰 복무 기간을 더하면 무려 33년에 이르는 사람조차 죽어서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었다.

 

안타까움을 느낀 A씨는 “군대와 경찰 복무 기간을 합산해 20년 이상인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충분한데도 이를 안장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현행 국립묘지법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지난달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살펴보니 A씨의 심판 청구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A씨는 2008년 6월 경찰에서 정년퇴직해 국립묘지에 묻힐 가능성이 영영 사라졌다. 그러면 그로부터 1년 이내, 즉 2009년 6월까지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어야 하는데 무려 10년이 지난 올해에야 헌재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헌재 제1지정재판부(재판장 유남석 헌재소장)는 최근 ‘청구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A씨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경찰 특공대가 헬기를 이용한 건물침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들도 '군·경 경력 합산' 法 개정엔 소극적

 

사실 A씨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하다. 군인이나 경찰이나 제복을 입고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점은 똑같은데 군인으로만 20년 복무하면 국립묘지에 가고, 군인으로 출발한 뒤 경찰로 전직했다면 군대와 경찰에서 도합 20년 넘게 근무했어도 국립묘지에 못 가는 현실이 그로선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문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20대 국회 들어 총 31건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는 하나, 정작 ‘군과 경찰에 복무한 기간을 합산해 20년이 넘으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개정 법률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무소속 손금주 의원 등 10명이 올해 3월22일 발의한 개정 법률안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 집단학살 및 반인도적 범죄 등으로 처벌이 확정된 사람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8월21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개정안은 응급의료 종사자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6월5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등 13명이 발의한 개정안은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8일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개정안 역시 과학기술 유공자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으로 하자는 내용을 담는데 그쳤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A씨 같은 딱한 사정을 감안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선정시 군 경력과 경찰 경력을 합산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어떤 국회의원이 발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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