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한국학교 학생들이 임진왜란의 혼란 속에서 일본으로 끌려왔던 조선인 성녀(聖女)를 기리는 제50회 줄리아제에서 무용 공연을 하며 새로운 시대의 한·일 친선을 다짐했다.

19일 도쿄한국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무용부 학생들은 18일 도쿄에서 150㎞ 떨어진 이즈(伊豆)제도의 고즈시마(神津島)에서 열린 제50회 줄리아(일본명 주리아)제에 참가해 북춤, 부채춤 등의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주민, 순례객 등과 손을 잡고 함께 춘 강강술래도 큰 호응을 받았다.

줄리아(세례명)는 임진왜란 당시 3세(추정) 어린 나이로 일본에 끌려왔던 오타아 줄리아.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양녀가 돼 세례를 받았다. 1600년 양아버지 고니시(小西)가 내전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군에게 패배하고 참수된 뒤 도쿠가와의 시녀가 된다. 도쿠가와가 1612년 천주교를 금지하고 배교(背敎)를 명했으나 거부해 태평양의 낙도인 고즈시마로 유배됐다. 이 섬에 있는 동안 약자와 병자를 보호하는 등 섬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은 산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를 기리기 위해 1970년 시작된 줄리아제에 도쿄한국학교는 첫 회부터 참가해 한·일 우호의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여의도(8.4 km²)의 두배 크기인 면적 18.48 km²의 섬에는 현재 주민 1800여명이 살고 있다.


곽상훈 도쿄한국학교 교장은 줄리아제에서 “줄리아님의 삶의 방식을 본받음으로써 한·일 청소년들이 미래의 한국과 일본 역사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 행사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협력하는 미래 한·일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일본 매체도 이번 행사에 관해 관심을 나타냈다. 섬 주민인 오가와 노리마사(小川德柾·45)씨는 “일·한 관계의 냉각이나 (기독교)신앙 유무와 관계 없이 전란의 세상에 기구했던 운명을 따라 섬에 족적은 남긴 여성에 대한 경의를 (우리) 지역에서는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한편 도쿄한국학교 중·고등부 무용부는 지난 3월 미국 하와이서 열린 제25회 호놀룰루 페스티벌에 참가해 한국의 미와 선율을 자랑하며 전세계 60개팀 중 3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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