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 장모씨가 프랑스 특수부대의 구출 작전으로 풀려난지 4일 만인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장씨는 프랑스 파리를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502편으로 10시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 1시58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장씨는 “건강에는 이상없다. 염려해줘 고맙다”고 짧게 밝혔다. 장씨는 구출작전을 펼치다 전사한 프랑스 군인들과 관련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장씨는 인천공항에서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테러방지법에 따른 대테러 합동조사팀의 조사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공항에서 1~2시간 가량 디브리핑(debriefing) 성격의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귀국 비용 등은 장씨가 스스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긴급구난활동비 지원 여부’에 대해 이번 케이스는 해당되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됐고 11일 파리 군 공항에 도착했다. 군병원으로 이송돼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13일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 길 SBS 취재진이 ‘숨진 프랑스 특수부대원과 프랑스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묻는 질문에 대해선 함께 있던 대사관 직원이 “‘메르시’(Merci·감사합니다)라고 대신 답했다.
장씨는 약 1년 6개월 전 세계여행을 위해 출국했으며 올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도착했다. 이후 세네갈과 말리를 거쳐 지난달12일 동행자인 미국인 여성과 함께 부르키나파소에서 베냉공화국으로 향하던 중 국경 인근에서 무장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후 28일 동안 억류됐던 장씨는 지난 9일 늦은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프랑스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프랑스인 2명, 미국인 1명 등과 함께 구출됐다.
이들 프랑스 피랍자는 지난 1일 부르키나파소의 이웃 국가 베냉의 펜드자리 국립공원을 관광하다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군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장씨 등을 납치한 무장세력의 배후가 말리에 근거지를 둔 지하디스트(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단체인 ‘카티바 마시나’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무장세력의 실체와 납치 목적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장씨가 경유한 모로코와 서사하나,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은 모두 외교당국이 여행경보를 내린 곳이다. 외교부는 이번 피랍 사건이 발생한 부르키나파소 동부지역과 인접국인 베냉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여행자제’(황색)에서 3단계인 ‘철수권고’(적색)로 상향시켰다. 이어 아프리카와 중동에 대한 여행 경보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방침이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이날 파리 중심가 군사박물관에서 인질 구출 과정에서 희생된 2명의 특수부대원을 기리는 대규모 추모 행사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직접 주재 하에서 열 계획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