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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권자’라는 자부심과 책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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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3 23:31:30 수정 : 2019-05-13 23: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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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은 ‘유권자의 날’로 이후 일주일을 유권자 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선거인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의원선거를 기리는 뜻깊은 날인 만큼 유권자의 역사적·정치적 의미와 역할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헌의회는 헌법에 국민주권을 명문화하고 선거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는 한편,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명시했다. 민주주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성인 남녀에게 선거권을 부여했고, 5·10 총선거 투표율은 무려 95.5%에 달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형식이 먼저 갖춰지고 그 내용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김진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국장

선거권은 역사적으로 보면 피와 땀으로 쟁취한 소중한 권리이다. 일정 연령이 되면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희생으로 얻어진 권리이다.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고 국가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그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권리란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고, 권리는 아무것도 요구하는 일이 없는 자에게 편안하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주의 역사가 깊은 서구 국가들도 19세기까지는 교양과 재산을 가진 일부 남성만이 선거권을 보유했고, 20세기 들어서야 단계적으로 보통선거 원칙을 확립했다. 영국에서는 1838년부터 10년간 남성 노동자 중심으로 참정권을 보장받기 위한 차티스트운동(Chartism)이 일어났고, 여성은 오랜 투쟁 끝에 1928년에야 인정받았다.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는 미국도 다르지 않다. 남북전쟁 후인 1870년 흑인 남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으나 현실에서는 투표세와 문맹시험 등으로 행사할 수 없었다. 대대적인 흑인 민권운동을 거쳐 1965년에 실질적으로 보장됐다. 여성은 1920년에 비로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유권자의 힘은 참여에서 나온다. 유권자의 참여는 민주주의의 원동력이고, 민주정치 발전에 필요한 요소다. 민주정치는 유권자들의 합리적 사고와 판단에 기초한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통해 발전했다.

유권자 스스로 유권자 중심의 선거·정치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똑똑한 유권자가 똑똑한 세상을 만든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와 정치문화는 유권자의 수준을 반영한다. ‘나는 대한민국 유권자’라는 자부심과 주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갖고 선거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내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유권자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유권자 중심의 생각과 실천이 절실히 필요하다. 유권자의 뜻이 모여 거대한 민심을 형성하고 진정한 권력을 창출해 낸다. 정치인은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를 가장 두려워한다. 유권자의 주권행사는 엄중하고, 유권자의 한 표는 위대하다. 미국 대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 ‘스윙보트(Swing Vote)’에서 주인공 딸이 투표의 중요성을 발표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주인공의 어린 딸이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세계의 모든 문명은 같은 길을 따라왔습니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우리가 이런 역사에서 벗어나려면 순환고리를 깨야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김진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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