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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고국 무대… 실력 제대로 선뵐게요”

입력 : 2019-05-07 21:11:12 수정 : 2019-05-07 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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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텔’ 아르놀드役 맡은 테너 김효종 / 대학 졸업 후 유학길… 독일서 자리 잡아 / 대작 오페라로 국내 데뷔… 기쁘지만 떨려 / 파바로티도 꺼렸을만큼 어려운 배역 / 부담감 컸지만 불러보니 자신감 생겨

개막을 앞둔 국립오페라단의 초대작 ‘윌리엄텔’에선 ‘아르놀드’라는 배역이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차지한다. 한결같은 스위스 독립운동 지도자인 윌리엄텔과 달리 오스트리아 총독의 딸을 너무도 사랑해 조국을 등지려다 독립운동가인 부친의 죽음을 계기로 각성하는 입체적 캐릭터이다. 기교 면에서도 보통 한 오페라에 한두 번 쓰일까 말까 한 ‘하이C’음을 28번이나 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그야말로 세계 성악가 중 아르놀드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이는 한손에 꼽을 정도.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이번 공연에선 독일 브레멘 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너 김효종이 명테너 강요셉과 함께 아르놀드를 맡는다. 연세대 성악과 졸업 후 200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지 12년 만에 서는 고국 첫 무대다. 김효종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고국에 설 기회가 있었으나 시간을 내기 어려웠는데 이번엔 여러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며 “여러모로 행복하고 기쁘지만 부담감도 크다. 국내 데뷔로 너무 큰 무대를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윌리엄텔의 아르놀드 역으로 12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서는 테너 김효종. 허정호 기자

우리나라에선 오페라 역사 70여년 만의 초연이고 외국에서도 좀처럼 무대가 열리지 않는 윌리엄텔에 대해 김효종은 “워낙 대작이고 로시니 오페라가 보통 밝고 화려한 데 비해 매우 드라마틱하고 모든 배역이 어려워 그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대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무대에 서는 걸 꺼렸을 정도로 어렵다는 아르놀드 역에 대해선 “테너에게 ‘하이C’라는 고음은 보통 한 무대에 많아야 한두 번인데 로시니는 ‘무분별’하다고 할 정도로 많이 썼다”며 “고음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그러면서도 배역 성격이 힘 있는 목소리를 원하기 때문에 대체로 가늘어지기 마련인 통상의 고음으로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효종은 처음 아르놀드 역 제안을 받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먼저 악보로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려운지 살펴보고 마침 브레멘 현지에서 일정 잡혀있던 콘서트 무대에서 직접 불러보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출연을 수락했다고 한다. 김효종은 “고음이 안 나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음악 색깔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해서 망설여졌다”며 “제 목소리 톤이 로시니의 일반적 작품 속 밝은 색채감에 잘 맞는 편인데, 이번엔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요구해서 저에겐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지독한 연습 끝에 긴 유학 생활을 끝마치고 독일 현지에서 성악가로 자리 잡은 김효종이지만 고등학생 때까진 성악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초등학생 때는 밴드부에서 트롬본을 불었고 고등학생 때는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다. 성악에 눈을 뜬 건 실용음악을 공부하던 대학 1학년 때 초청받아간 합창공연에서였다. 그 후 성악과로 전공을 바꾸고 독일로 유학을 가서 지독한 연습벌레로 산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더 중요했냐”는 물음에 김효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능과 노력은 기본이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교 졸업을 앞두고 스무 군데 정도 오디션을 보러 가는 족족 다 떨어졌다. 콩쿠르에선 입상도 하고 상도 타는데 오디션만 보면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내 노래가 잘못됐나’하는 의문까지 들었는데, 결국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극장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준비하며 문을 두드렸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역시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와 두 아이를 키우는 김효종의 8살 첫째는 최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오페라에 데뷔했다. 그러나 “음악은 취미로만 했으면 한다”는 게 부모 마음이다. 총 4시간에 이르는 윌리엄텔이 “낯선 한국 관객에게 재미 있겠느냐”는 물음에 김효종은 “저도 네 시간이 정말 지루할 수 있겠다고 걱정을 좀 했는데, 극적 요소가 군데군데 있어서 관객의 시선과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아마 보고 나면 ‘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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