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주요 국가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는 높은 비용과 간헐성(기상 조건에 따른 발전량 변동) 등 여러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아직은 석탄, 원자력 등 핵심 에너지원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천연가스는 전통 에너지에 비해 단가는 높지만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발전, 수송 등 수요가 있는 곳에서 언제든 투입할 수 있어 패러다임 전환기에 양측의 간극을 메워줄 가장 적합한 에너지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에너지인 셈이다.
6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 트렌드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대세 에너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총 전력 생산량은 1만685TWh(테라와트시)로 전년보다 0.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천연가스 발전량은 전년보다 5.6% 증가한 2928TWh(전체 발전량의 27.4%), 석탄 발전량은 전년 대비 3.7% 감소한 2710TWh(전체 발전량의 25.4%)로 집계됐다.
이에 천연가스 발전량은 역대 최고치를 넘어 석탄발전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최대 발전연료’ 지위에 올랐다. 미국이 전년보다 188.9TWh를 늘리며 흐름을 주도했고 우리나라(34.3TWh)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수입량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SK와 포스코, GS 계열의 국내 민간 발전업계는 발빠르게 LNG(액화천연가스)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를 개발, 운송해 최종 소비 단계까지 공급하는 전 과정인 ‘LNG 밸류체인’ 구축에 힘쓰고 있다. LNG 밸류체인은 가스를 개발·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단계, 가스를 액화해 운송·기화하는 미드스트림(Midstream) 단계, 발전소 등 최종 수요처에 공급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단계로 구분된다.
SK E&S는 2005년 인도네시아 탕구(Tangguh)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 체결, 2012년 호주 칼디타-바로사(Caldita-barossa) 가스전 투자, 2014년 미국 우드퍼드(Woodford) 가스전 사업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며 업스트림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는 2006년 가동을 시작한 광양천연가스발전소를 비롯해 파주천연가스발전소, 위례열병합발전소, 하남열병합발전소 등 전국에 4개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특히 파주발전소는 국내 최초로 미국산 셰일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SK E&S는 GS에너지와 함께 미드스트림 분야에도 진출했다. 2017년 연간 총 300만t 규모의 LNG를 저장·공급할 수 있는 ‘보령 LNG터미널’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미국 멕시코만 프리포트 LNG(Freeport LNG) 액화터미널을 통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운송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 E&S는 지난달에 국내 최초로 민간 LNG수송선 2척을 건조해 명명식을 가지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옛 포스코대우)은 그룹의 강력한 지원 아래 가스 생산부터 발전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가스 투 파워’(Gas to Power)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엔 ‘미얀마’ 가스전의 호조에 힘입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1644억원을 달성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국내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한 최대 규모 자원개발 프로젝트로, 업스트림 분야의 가장 큰 성공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LNG를 집중 육성할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해외 가스전 개발, LNG 트레이딩의 노하우를 축적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그룹 LNG 통합 구매, 트레이딩, LNG와 연계한 해외 인프라 사업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운영 중인 LNG터미널을 포스코에너지에 양도한 것이 그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과 포스코에너지의 발전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차원이다.
GS에너지 역시 ‘LNG 밸류체인’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GS에너지는 SK E&S와 함께 운영하는 보령 LNG터미널에 이어 올해에는 연간 100만t 규모의 LNG 탱크를 추가로 가동할 예정이다. 연간 200만t 규모 LNG탱크 증설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자체 트레이딩 법인을 통해 LNG를 도입한 뒤 보령LNG 터미널을 거쳐 자회사 및 계열 발전사 등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GS에너지는 자회사로 두고 있는 GS파워, 인천종합에너지 및 투자회사인 청라에너지, 신평택발전 등을 통해 LNG 기반 전력·집단에너지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이들 민간 발전사 외에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25년까지 LNG 추진선 보급 확대·벙커링 인프라 구축 등 천연가스 신사업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경유 화물차 연료를 친환경 연료인 LNG로 대체해 육상 대기질을 개선하는 ‘LNG 화물차 사업’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갈수록 수요가 확대되는 LNG의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경직된 LNG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LNG수입국 1위인 일본과 신흥 수입국인 중국 사이에서 정책 방향이 엇나갈 경우 글로벌 LNG 패권 다툼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일례로 도시가스 사업법에 의해 수입한 천연가스를 제3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이 자주 거론된다. 석유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이 자가소비용에 한정된 중소 용량만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해외 시장에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약하게 만드는 일종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3개국서 천연가스 25개 프로젝트 추진중”
천연가스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한 에너지 공기업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2000년대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해외 13개국에서 △천연가스 탐사·개발·생산 △LNG(액화천연가스) 액화사업 △해외 도시가스 배관과 LNG 터미널 건설·운영 등 총 25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선 지난해 동아프리카의 모잠비크에서 ‘해상부유식액화설비’(FLNG) 건조에 착수했다. 가스공사가 지분 10%를 보유한 광구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FLNG는 자체 중량이 약 21만t에 이르는 초대형 해양플랜트로, 건조가 완료될 2022년부터 25년간 연간 337만t의 LNG(액화천연가스)를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어 올 하반기 모잠비크 로부마 LNG 1단계 프로젝트 투자결정이 확정되면 LNG 개발은 물론 그에 따른 인프라 구축사업도 추진하게 된다. 공사 관계자는 “모잠비크는 향후 연간 5000만t 이상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허브로 성장할 것”이라며 “공사는 모잠비크에서 코랄 FLNG, 로부마 LNG의 사업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A-1광구 탐사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말에는 A-3광구 신규 탐사 시추에 나선다. 공사 관계자는 “미얀마와 모잠비크 등의 탐사 사업은 국내 자원개발 탐사 사업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며 “해외 LNG 사업에서 2017년 말까지 약 1조4000억원의 배당수익을 창출해 국내 천연가스 요금 인하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가스공사는 호주 GLNG(글래스톤액화천연가스), 미얀마 가스전 등의 사업 호조는 물론이고 부실사업 정리, 경비 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지난해 해외사업분야 당기순이익 422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투자비 7094억원을 조기에 회수했다. 김영두 사장 직무대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신흥시장 천연가스 인프라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글로벌 LNG 사업자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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