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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보험' 아닌 '세금'… 비혼족도 경조사비 내야 하나요?" [뉴스+]

입력 : 2019-05-06 11:00:00 수정 : 2019-05-06 13: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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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 없는데 축의금 내야 하나요”…비혼 인구 늘어나는데 경조사비 문화는 그대로

“결혼 생각이 없는데 축의금을 꼭 내야 하나요.”

 

직장인 A씨는 최근 가까운 지인들에게 비혼을 선언했다. 평소 ‘만나는 사람이 있냐’거나 ‘결혼은 생각이 없는거냐’는 등의 질문에 시달리던 A씨는 고민 끝에 비혼 결심을 털어놨다. 그런 A씨의 새로운 고민은 바로 ‘경조사비’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경조사를 챙길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가까운 지인이라면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경조사비를 낼 용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필요하다고 본다”며 “경조사비가 정기적으로 떼이는 세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A씨처럼 결혼에 미온적이거나 비혼을 생각하는 경우가 늘면서 경조사비의 의미와 성격을 되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경조사비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출이자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최근 비혼이 늘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경조사비 내기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적잖다.

 

◆경조사비로 월평균 10만원 안팎…93.2% ‘부담 느꼈다’

 

6일 벼룩시장구인구직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2193명을 대상으로 경조사비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2%가 ‘경조사 참석이 부담스럽다고 느껴본 적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경조사를 ‘그냥 넘긴다’고 답한 응답자는 21.85%에 그쳤다. 응답자 중 20대의 월 평균 경조사비는 8만9000원이었고, 30대는 월 11만6000원, 40대는 월 12만4000원, 50대는 월 16만1000원으로 연령에 비례해 증가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부담을 느낀 경조사는 ‘돌잔치’(23.9%)였다. 돌잔치의 의미가 예전보다 퇴색된 데다,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잔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혼식의 경우에는 축의금의 하한선이 높아지면서 ‘축의금 인플레이션’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상 5만원 단위로 주는 축의금의 하한선이 물가상승 등의 이유로 10만원대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직장인 강모(29)씨는 “친하진 않더라도 얼굴을 자주보는 사이의 경우 5만원은 적고 10만원은 많게 느껴진다”며 “7만~8만원을 내기도 애매해서 10만원을 내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안모(29)씨는 “요즘 예식장 식비가 1인당 5만원을 웃돌기 때문에 밥 먹으면서 5만원만 내긴 어렵다”며 “애매한 경우 일부러 참석하지 않고 봉투만 보낸다”고 말했다. 

 

축의금의 하한선이 높아지면서 주는 쪽은 물론 받는 쪽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박모(34)씨는 “가까운 친구들 중 결혼을 빨리한 편에 속한다”며 “이제는 지인들에게 갚을 일만 남아 빚을 진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경조사비 1만원 내고 9880원 돌려받는다

 

경조사비를 주고받는 문화의 기저에는 경조사비를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비혼 인구가 늘고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면서, 경조사비의 보험 성격도 옅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혜림·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재정패널을 이용한 우리나라 가구의 경조사비 지출과 경조사 수입 간의 관계 분석’에 따르면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축의금 등 경조사비의 ‘보험’으로서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거나 수명이 길어지면서 경조사비를 지출하는 시점과 회수하는 시점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경조사 문화가 보험으로서의 긍정적 기능을 점점 잃어가며 전통이라는 핑계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문화로 남을 수 있다”며 “소비를 방해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과 같이 정책적으로 경조사비 지출 부담을 줄여줄 필요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경조사비가 보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에 따르면 경조사비 지출이 1만원 늘어날 때마다 경조사비 수입이 9880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경조사비 문화는 가구에서 짧은 시간에 큰 지출이 필요해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조사 비용 위험을 완화하는 보험으로서 작동하고 있었다”며 “경조사 문화가 사회적 약속이라는 점을 보면 비교적 놀라운 결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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