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2만여건의 이웃 간 분쟁과 갈등을 유발하고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과 관련해 이를 줄이기 위한 사전시험과 시공, 사후평가 등 전 과정이 총체적 부실 상태였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2일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책 1건, 주의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국가기술표준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 LH·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가구와 민간회사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가구 등 총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했는데 단 7가구를 제외한 184가구에서 사전 인정받은 바닥충격음 등급보다 낮은 등급 결과가 나왔다. 이 중 114가구는 최소성능 기준에도 못 미쳤다. 특히 민간아파트 65가구는 모두 사전 인정 등급보다 낮은 측정 결과가 나왔다.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 등 제도 운용 전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LH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등은 층간소음 차단구조 사전 인정업무를 수행하는데, 인정기관들은 관련 기준이나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기연은 한 주식회사가 신청한 2개의 바닥구조와 관련한 인정시험을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1개 동에서만 실시한 뒤 성능인정서를 발급했다. 안정시험 시험체를 제작하는 한 업체는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도면에 표시한 것보다 평균 5∼10㎜ 두껍게 마감 모르타르를 시공했는데, 건기연 등 인정기관은 시공 마무리 단계에서 시험체와 신청도면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비공인시험기관에서 발행한 완충재 품질시험성적서가 그대로 인정되거나 업체가 조사 조건을 변경해 품질시험 성적서를 제출했음에도 인정기관이 이를 그대로 인정해 성능인정서를 발급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가장 큰 문제는 사전인정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층간소음 차단을 위한 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H와 SH의 126개 현장 중 111개 현장에서 기준 미준수 및 품질기준에 미달하게 바닥구조를 시공했다. 완충재 품질시험 없이 시공에 착수하거나 마감 모르타르 강도기준이 미달한 채로 시공한 경우가 많았다. 사후평가도 엉망으로 이뤄졌다. 13개 공인측정기관이 19개 지자체의 공동주택 사용 검사 때 제출한 205건의 측정 성적서를 분석한 결과 14%인 28건만이 측정기준에 따라 측정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층간소음 저감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회와 건기연으로부터 바닥구조 완충재 품질 저하나 설계대로 현장에서 시공이 안 되는 문제 등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 건의를 받았음에도 객관적인 근거 데이터 부족 등의 이유로 제도를 계속 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지적에 국토부는 위법사례가 밝혀진 8개 인정제품에 대해 인정취소를 하겠다는 등 뒤늦게 대응책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후 보도자료를 통해 “단기적으로 사전 인정제도 전 단계에 대한 제도개선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하고 인정제품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겠다”며 “사전 인정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성능을 측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격 없이 품질시험성적서를 발급한 비공인시험기관을 고발하고 거짓으로 품질시험성적서를 발급한 경우에는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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