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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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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2 23:38:59 수정 : 2019-05-02 23: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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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싫어하는 벌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곤충이 바퀴벌레(표준어는 바퀴)일 것이다.

바퀴는 예전에 돈벌레로 불린 적도 있는데, 추운 겨울 난방이 잘 되는 부잣집에 살던 데서 유래한다. 더운 나라, 특히 동남아 여행을 갔을 때 어두운 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커다란 바퀴는 ‘이질바퀴’이다. 학명에 붙은 아메리카 때문에 이 종이 미국에서 온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분류학자 린네가 처음 이름을 붙일 때 받은 표본의 출처가 아메리카를 다녀온 무역선일 뿐, 사실 이질바퀴는 아프리카가 기원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질바퀴는 대항해시대 선박을 타고 일찌감치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우리나라에는 1935년 서울에서 처음 보고됐다. 이질바퀴보다 크기가 작은 보통 ‘바퀴’는 학명의 게르마니카 때문에 ‘독일바퀴’라고도 하는데, 마찬가지 이유로 이름과 달리 원산지는 아시아 지역이며 우리나라에는 1924년 제주도에서 처음 알려졌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대대적인 환경개선을 통해 바퀴는 음식점, 병원 등의 대표적인 위생해충으로 여겨져 활발한 방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2000년이 넘어서는 집에 서식하는 바퀴가 아닌 자연 상태의 야생 ‘갑옷바퀴’에 대한 생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방에서는 예전부터 바퀴를 비렴, 기름벌레라고 부르며 한약 재료로 써왔다. 아무거나 잘 먹고 덩치가 큰 이질바퀴는 물질 추출에 유리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실험곤충으로 많이 키운다. 최근 중국 사천성에는 바퀴벌레 대량 증식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공장이 세워져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바퀴는 몸에서 인체에 유용한 약물, 단백질 등을 뽑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축 사료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 이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해충의 특성을 이해하면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김태우·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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