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진보와 보수 진영 지지층의 세 대결장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게시글에 무려 150만명이 넘는 인원이 지지를 보내자,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해산을 청원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20만명이 지지를 보냈다. 특히 한국당에서는 “조작이 의심된다”며 비판하고 청와대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반박하며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 게시글에 1일 오후 9시 현재 동의자 160만명을 돌파했다. 이전 청와대 국민청원 최대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청구’ 게시글 역시 지난달 29일부터 올라왔는데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는 동의자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여야가 최근 일주일 사이 선거제 개편안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물리적으로 격돌한 것이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 지지자들 간 세 대결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패스트트랙 충돌로 각 진영 지지층의 결집도가 높아졌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이를 나타내는 척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다.
한국당은 청원 지지 규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청원 자체가 국민을 편 가르고 싸우게 하고 있다”며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한국당 해산 청원에 100만명이 동참했다고 보도됐지만 그 중 14만명 이상이 베트남에서 접속했다고 한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태흠 의원도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150만(명)이 되든 200만(명)이 되든 여론이라 볼 수 없다”며 “(민주당) 당원,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하면 300만(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의미가 없다”고 거들었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별도 창으로 띄운 공지글에서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지난달 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가 국내에서 이뤄졌고, 이어 미국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었다”며 청원 조작설을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러면서 “20만명이 넘어선 이상 청와대가 입장을 밝혀야 하는 요건에 해당된다”며 “한 달 이내에 우리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형창·김달중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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