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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색 짙은 승계 행사에 국비 투입… 차기 왕세제도 ‘갸우뚱’

입력 : 2019-04-30 06:00:00 수정 : 2019-04-30 08: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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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퇴위/ 日 고유 신도 의식과 깊은 관련/ 국사 행위로 결정 27억엔 지출/ ‘정교분리’ 헌법 원칙 위반 논란/ 아키히토, 오후 5시 퇴위 의식/ 퇴위사 형식으로 ‘마지막 소감’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30일 오후 퇴위 의식을 하고 헌정 사상 첫 상왕(上王·일본식 명칭 상황)으로 물러난다.

 

주요 신궁(神宮·일왕가와 관련된 신사)과 아버지인 히로히토(裕仁) 일왕 능묘 참배 등 보름간 이어온 퇴위행사는 오후 5시부터 10분 정도 도쿄 도심 왕궁에서 치르는 퇴위 의식으로 마무리된다.

 

퇴위 의식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민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사 형식으로 마지막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5월1일 0시를 기해 연호가 현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고 오전에 신일왕 즉위 의식이 진행된다.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오른쪽)이 새롭게 즉위하는 나루히토 일왕과 함께 지난 1월2일 새해를 맞아 도쿄 도심 왕궁에서 대중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일왕 퇴위 의식 전날인 29일 일본 경찰들이 왕궁 인근 도로를 막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의식과 나루히토(德仁) 신일왕의 즉위 의식은 종교적 색채가 농후해 일본 헌법상 정교(政敎·정치와 종교)분리 원칙 위반이라는 숙제를 남길 전망이다.

 

30일 아키히토 일왕 퇴위에 이어 5월1일 신일왕 즉위, 10월22일 공식 즉위 선포 행사, 11월14∼15일 대상제(大嘗祭·다이조사이) 등 일왕 교체와 관련된 행사 가운데 핵심 행사는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神道) 의식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으로 4월30일 퇴위 의식과 5월1일 즉위 의식에 등장하는 삼종신기(三種神器)가 있다. 삼종신기는 일본의 천손강림(天孫降臨)신화에서 신도의 최고신이자 일본 왕실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御神)에게서 현 일왕에까지 이어진다는 검, 곡옥(曲玉), 거울을 말한다.

 

삼종신기 중 검과 곡옥이 퇴위 의식에 나란히 안치되고 즉위 의식에서는 신일왕이 물려받는 검새(劍璽)승계 행사가 열린다. 검과 곡옥 외에 거울은 왕궁 내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기리는 곳에 보관돼 있다. 왕궁의 삼종 신기 중 곡옥만 진짜이고, 검과 거울의 본체는 아쓰다(熱田)신궁(나고야시)과 이세(伊勢)신궁(미야기현 이세시)에 보관돼 있다.

 

일본 정부는 신도의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 행사들을 일왕 승계와 관련된 중요 행사로 보고 국사(國事)행위로 결정했다.

신일왕 즉위의 마무리 행사 성격으로 11월14∼15일 열리는 대상제도 신도의 종교 행사다. 대상제는 신일왕이 즉위한 뒤 햇곡식을 조상신에게 바치며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비는 행사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이 행사를 치르는 데는 임시 신사 건립 등의 비용으로 27억엔(약 270억원) 정도의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히토 일왕 즉위 때는 22억엔이 지출됐고 당시에도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1월 신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자조차도 대상제 비용이 국비로 처리되는 것에 대해 “종교색이 짙어 적당한지 모르겠다”며 “이 행사 비용은 국비보다는 일왕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내정비(內廷費)로 처리되는 게 적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후미히토 왕자는 신일왕 즉위 후 내년 4월19일에는 왕위 승계 서열 1위를 뜻하는 왕사(王嗣)로 책봉돼 왕세제(王世弟)로서 활동할 예정인 인물이다.

오사카(大阪)고등법원은 1997년 대상제에 대해 “헌법 위반의 혐의를 일괄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원고 241명이 일왕의 퇴위 의식, 즉위 의식, 대상제가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국가를 상대로 공금지출 금지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서 제기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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