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볼턴(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최근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밝힌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우리(미국)가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의 언급은 다자협상 방식에 선을 긋고,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확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자회담에 찬성하느냐, 아니면 여전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일대일 외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정은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대일 접촉을 원했고, 그렇게 해왔다”며 “6자회담식 접근은 과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나라와) 상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러시아, 중국, 그리고 확실히 한국과 상의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몇 주 전에 (미국에) 다녀갔다”고 설명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과의 3차 회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대통령은 올바른 시점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데 준비돼 있다”고 말해 북·미 간 톱다운 방식이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제 대북 단계적 접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과거 정책을 보면 답은 ‘아니요’다. 단계적 접근을 취했던 과거의 정책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단호한 메시지는 북·중·러의 결속을 견제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러는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상황이다. 미국과 달리 북한과 바로 인접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레믈궁 대변인은 28일 “북한은 우리의 인접국이며 국경을 맞댄 나라로, 러시아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우리 지역 안에서 하는 활동”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개입은 ‘지역 외교’ 차원에서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공동 구상을 갖고 있다”며 동맹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다만 북·중·러 3국은 6자회담의 실제 부활을 노리고 이를 언급하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압박 용도로 ‘다자회담 가능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6자회담은 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주장하는 것”이라며 “북한도 중·러를 동맹으로 여기지만, 한반도 협상 과정의 지분 인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라고 봤다. 북한이 중·러와도 6자회담을 둔 셈법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 원장 또한 “6자회담은 모든 국가가 동의해야 가능한데, 볼턴 보좌관의 발언으로 핵심 당사자인 미국이 거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6자회담’을 꺼낸 것은 실제 회담을 하자는 의미보다는 ‘미국을 막아 달라’는 김 위원장의 요구가 담긴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선형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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