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미 메이저리그는 아직 프로 데뷔도 안 한 젊은 외야수 한명으로 떠들썩했다. 바로 카일러 머리(22)가 주인공이다. 머리는 2018년 MLB 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지명된 뒤 바로 마이너리그로 향하지 않고 오클라호마 대학에 남아 1년을 보냈다. 대학에서 남아 야구와 함께 병행하던 미식축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다. 이 1년 동안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주전 쿼터백으로 나선 머리가 미 대학풋볼 무대에서 대활약을 펼친 끝에 최고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먼 트로피까지 차지한 것. 이후 머리가 MLB와 NFL 중 어느 종목을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결국 머리는 오클랜드와의 1라운드 계약을 스스로 포기하고 NFL 도전을 선언했다.
이 화제의 주인공 머리가 결국 NFL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번픽의 주인공이 됐다. 26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시작된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애리조나는 머리의 이름을 호명했다. 이에 따라 머리는 MLB와 NFL, 두 곳에서 모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머리가 드래프트 전체 1번픽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16년 텍사스A&M 대학에서 오클라호마로 전학온 뒤 지난해 NFL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베이커 메이필드(24·클리블랜드)의 백업 쿼터백으로 한 시즌 뛴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2017시즌 359야드 3터치다운으로 성적도 보잘 것 없었다. 여기에 신장 177cm로 NFL 쿼터백으로 뛰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체격도 머리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2018시즌 대학풋볼 무대에서 보여준 대활약이 상황을 바꿨다. 그는 이 해 14경기에 나서 4361야드 패스에 42개의 터치다운을 따냈다. 경기당 311.5야드 3터치다운의 엄청난 기록이다. 이뿐 아니다. 직접 공을 들고 달리는 러싱에서도 특유의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1001야드, 12개의 터치다운을 적립했다. 점점 복잡해지는 수비전술 속에서 최근 각광받는 듀얼형 쿼터백(패스와 러닝이 모두 가능한 쿼터백)의 이상적인 모습을 머리가 보여준 것. 여기에 MLB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의 화제성까지 합쳐진 머리를 지나칠 수 없었던 애리조나는 결국 그를 2019 NFL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하기에 이르렀다.
머리는 미식축구 불모지인 한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같은 한국계였던 하인즈 워드(전 피츠버그 와이드리시버)와 비교되기도 한다. 워드도 학창시절 미식축구와 야구를 병행했고, 1994년 MLB 드래프트에서 지명되기도 했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도 유사하다. 워드는 이후 NFL에 입성해 2006년 슈퍼볼 MVP에 선정되는 등 전설적 선수로 경력을 이어갔다. 머리도 워드만큼의 성공시대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일단 드래프트 전체 1번이라는 영광을 안으며 성공시대의 1막은 멋지게 개시했다. 이제 프로무대에서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해보이기만 하면 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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