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유아용 주방세제 ‘에티튜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식약처가 전량 회수 및 폐기를 명령했다는 보도가 나와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첫아이 때부터 썼는데 짜증 난다”, “2018년 생산분만 환불? 그동안 사용한 것들은 어떻게 보상해주나?”, “환불이고 뭐고 다 떠나 아기에게 해가 됐으면 어쩌나….”
보도 이후 인터넷 맘카페에는 에티튜드를 오랫동안 사용해온 엄마들의 분노글, 혹은 현재 쓰고 있거나 보관 중이던 제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의글들이 쏟아졌습니다.
가슴 아팠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비롯해서 예전에도 아기 물티슈 성분 논란 등 비슷한 이슈들이 있었죠. 하지만 가족이 사용하는 제품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보도 직후 저 역시 잠시 ‘멘붕’에 빠져 있었습니다.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부 수입 위생용품 세척제에서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검출돼 통관 금지 및 수거 및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쁘띠엘린(수입사)의 ‘에티튜드 무향 13189’, ‘에티튜드 무향 13179’, 대성씨앤에스의 ‘엔지폼 PRO’, 에이비인터내셔날의 ‘스킨팬 세척제’ 등인데, 이 중 에티튜드 무향 13189만이 국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제품은 통관단계에서 금지됐습니다.

에티튜드는 캐나다에서 만든 친환경 브랜드로, 젖병세정제, 세탁세제, 토이클리너(장난감 소독제), 욕조클리너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젖병 및 그릇 세정제로, 과일을 세척하는 용도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가 된 CMIT와 MIT는 살균 및 보존효과가 있어 미국과 유럽 등 생활용품에 두루 쓰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사용 금지 성분입니다. 인명 피해가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현재는 공기에 접촉했을 때만 인체에 유해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식약처는 유해 성분이 발견된 에티튜드 제품 55t을 통관 과정에서 수입 금지했고, 283t의 제품이 이미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쁘띠엘린 측은 이미 유통된 제품들을 전량 회수해 교환 및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티튜드 관련 보도가 나간 후 가장 먼저 쁘띠엘린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예상대로 홈페이지에는 ‘회수방법’에 대한 안내창이 떠 있었습니다.


회수 및 환불 조치와 관련해 쁘띠엘린 측은 “올해 4월 검사한 에티튜드 주방세제 12개 품목의 특정 생산 제품에서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극소량(0∼3ppm 이하) 검출 됐다”며 “해당 성분은 에티튜드의 어떤 제품에도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에티튜드 본사는 특정 기간의 생산 제품에 천연 원재료 일부에서 해당 성분이 혼입된 사고로 추정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사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전량 폐기하겠다”면서, “문제 성분이 검출된 15개 품목의 생산기간과 관계 없이 2018년 1년간 생산된 제품에 대해 회수 및 환불, 교환 조치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회수 가능한 제품은 2018년 생산됐으며 (주)쁘띠엘린을 통해 공식수입 및 판매된 제품에 한정됐는데요. 한 마디로 병행수입이나 해외직구 상품은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2017년 제품도 쓰기 불안한데 왜 안 되나’,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구매했는데 정식 수입된 게 아니라더라. 누가 그걸 확인하며 사나’ 등 불만을 토로하는 엄마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쁘띠엘린 측은 로트 번호, 그리고 공식수입 및 정품 스티커가 붙여진 제품 외에는 회수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로트 번호(제조 번호)의 경우, 용기 바닥을 확인해 여섯 번째 숫자가 ‘8’(2018년 제조)일 경우에만 회수가 가능합니다.

로트 번호에 8이 포함된 제품이 2개가 있어 저 역시 쁘띠엘린 홈페이지를 통해 회수 접수를 했고, 제품을 상자에 담아 다음 날 택배로 보냈습니다. 회수하는 과정은 인터넷 접수하고 포장하는 번거로움 외에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신속한 편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보내면서도 반품하고 환불 받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일까 싶어 허탈하더라고요. 진짜 중요한 건 아이의 건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데 말이죠.
2017년부터 죽 에티튜드 제품을 사용해왔고, 특히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 젖병을 씻었던 유일한 세제였습니다. 보도를 접하고 단순히 화가 난다, 짜증이 난다 그런 느낌을 다 떠나 그동안 아이에게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했다니 혹시라도 아이에게 해가 간 것은 아닐까 심장이 덜컥 내려앉더라고요.
맘카페에도 이런 허탈감, 배신감, 그리고 죄책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제 앞에 닥친 일이 되고 보니 그 마음들이 어떤 건지 알겠더군요.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영유아용 제품 성분 논란, 보다 엄격한 검사 기준을 마련하고 근본적인 대책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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