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디즈니의 해’라 할 만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올 들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세기폭스를 인수하는 한편, 오는 11월 ‘디즈니플러스(+)’로 넷플릭스가 장악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진출한다. 또 영화 ‘캡틴 마블’에 이어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로 상·하반기 극장가 점령에 나선다.
다만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본산이 만화영화, 애니메이션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디즈니 왕국을 건설한 월트 디즈니(1901∼1966)는 1928년 ‘증기선 윌리’를 선보이며 애니메이션 역사를 써 내려갔다. 미키 마우스가 처음 등장한 이 영화는 세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이다.

◆‘덤보’ 등 실사 영화에 ‘겨울왕국2’ 연말 장식
91년 역사를 자랑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대표작들이 연달아 실사 영화로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다음 달 ‘알라딘’에 이어 7월 ‘라이온 킹’이 개봉한다. 이미 상영 중인 팀 버턴 감독의 ‘덤보’도 194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이었다.
팬들의 관심은 뜨겁다. 아기 사자 심바가 정글의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린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의 전설이다. 1994년 개봉 당시 북미를 넘어 전 세계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화다. 북미의 전체 관람가 영화 역대 흥행 1위란 기록은 25년간 깨지지 않고 있다. ‘알라딘’ 예고편에서는 배우 윌 스미스가 램프 요정인 지니로 분해 기대를 모은다.
오는 12월에는 ‘겨울왕국2’가 개봉한다. 2014년 전작 ‘겨울왕국’은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 열풍을 일으키며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 누적 관객 수는 1029만여명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월트디즈니애니메이션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이 스튜디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은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러닝 타임 1시간23분의 영화였다. 세계 최초로 총천연색으로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디즈니애니메이션스튜디오는 지난해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까지 81년간 57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겨울왕국2’는 58번째다. 오는 6월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4’는 한 지붕 두 가족인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의 작품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 한눈에… DDP서 특별전
‘증기선 윌리’부터 ‘겨울왕국2’까지 디즈니애니메이션스튜디오의 역사를 한눈에 볼 기회가 마련됐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58편 중 42편의 드로잉과 디지털 페인팅, 3D(3차원) 모형 등 500여점을 선보인다.
한 세기 가까이 디즈니를 이끌어 온 힘은 끊임없는 노력, 혁신이다. 영화 제작 기술의 연구·개발(R&D)이 대표적이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만들며 다면 촬영 카메라를 개발했다. 배경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였다.

1990년대 디지털 혁명이 가시화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1991년 개봉작인 ‘미녀와 야수’에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처음 사용했다. ‘라이온 킹’에서 영양의 한 종인 누 떼가 심바를 향해 뛰는 장면은 셀 셰이딩(cell shading)이란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을 적용했다. 누 한 마리를 손으로 그린 뒤 컴퓨터의 3D 모델로 누 떼를 구현했다. 3분 남짓한 이 장면을 만드는 데 약 1년6개월이 걸렸다. ‘타잔’(1999)에는 딥 캔버스(deep canvas) 기법으로 나무가 우거진 숲의 입체감을 살렸다.
첨단 기술만이 작품 완성도의 전부는 아니다. 세심한 관찰과 묘사가 필수적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터들은 ‘주토피아’(2016)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동물의 행동을 오랜 기간 관찰했다. 또 동물 털의 사실감을 높이려 아이그룸이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겨울왕국’의 경우에는 2000가지에 이르는 눈송이 모델을 만들어 CG 기술을 접목했다.

메리 월시 월트디즈니ARL(Animation Research Library·월트디즈니애니메이션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원화 관련 자료를 보존·관리) 총괄 디렉터는 지난 17일 DDP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애니메이션은 모든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20세기 고유한 예술 형식”이라며 “디즈니 영화와 새롭게 교감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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