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되면 그 해의 주요 이슈라든지 세태를 반영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된다. 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올 연말에는 어떤 사자성어로 귀결되면 좋을까. 안전과 관련해서 ‘무언실천(無言實踐: 말없이 실제로 행한다)’으로 선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비슷하겠지만, 특히 안전과 관련해서는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전혀 쓸모가 없다. 아무리 안전수칙을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실천을 해야만 나의 안전을 보호하는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아는 만큼 실천하지 않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실천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느끼거나, 안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늘 이용하는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과속, 신호위반 등 안전수칙을 어기는 빈도가 높다.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안전수칙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때뿐이다. 특히, 불법 주정차는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도로 모퉁이에 주정차되어 있는 차량이 의외로 많다. 우회전하려는 차가 정차된 차량을 피하기 위해 차로를 급하게 변경하다 보면 다른 차량과 충돌할 위험이 매우 크다. 버스정류장에 정차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리까지 비워 버스가 정류소가 아닌 도로 한복판에서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주변을 지나는 다른 차량이나 오토바이 등에 의한 인명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횡단보도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인해 운전자가 어린이 등 보행자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심지어 소화전 옆에 버젓이 차를 주차하기도 한다. 운전자에게 불법 주정차는 순간 편의와 과태료 사이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주변에 화재가 발생하고 그 차량 때문에 소방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편의를 위한 행동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인 주정차 위반 사례를 줄이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4월 17일부터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을 지정하고 보다 강화된 단속 제도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4대 불법 주정차 위반 신고를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안전신문고 앱에 별도 신고 기능도 추가한다.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위에 불법으로 주정차된 차량 사진을 찍어(1분 간격, 2장) 신고하면 별도의 현장 확인 절차 없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새롭게 시행되는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 제도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잘 정착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 수준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교통안전 문화를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4월 국민안전주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지켜야 할 안전수칙에 대해 얘기해보고 행동으로 옮겨보자. 아는 것에서 머물지 말고 실천하는 것, 바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인격이고 품격이다. ‘함께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모두 실천하자. 올해의 사자성어를 ‘무언실천’으로 만들 기회다.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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