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진화를 계기로 소방관들의 활약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들의 오랜 숙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현재 국가직인 경찰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자치경찰제’를 추진하고 있다. 자치경찰제의 연내 시행을 앞두고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촉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적 총력 대응 vs 권력 분산

연합뉴스
그동안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주로 인력이나 장비 등의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국가직은 지방직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예산 편성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강원 산불에서 소방관들이 관할 지역을 떠나 총력 대응을 벌인 것이 효과를 거두면서 국가직 전환의 새로운 명분으로 떠올랐다. 소방청은 2017년부터 대형 재난에 대한 전국적인 대응 시스템을 강화했는데, 국가직으로 전환할 경우 이 같은 공조가 더 수월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현재 국가직인 경찰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배경은 맥락이 다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권을 강화하는 데 따른 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예방적 성격이 짙다. 여기에 정부는 자치경찰제가 맞춤형 치안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소방이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을 내세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만일 지방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현재의 체계에선 경찰청을 중심으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보고체계를 거쳐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한 뒤에나 지역 공조나 국가경찰의 투입이 가능해 현장에서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인사권 독립성 확보 vs 지자체 맞춤형 서비스
소방이 국가직으로 전환될 경우 지금보다 독립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소방 관련 예산이나 인사권이 시·도 지사에게 있다. 이로 인해 소방 관련 정책이나 예산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차선으로 밀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경찰이 지방직으로 전환될 경우 예산이나 인사권이 시·도지사에게 넘어간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등 실생활에 밀접한 업무를 주로 맡게 되는데, 자치경찰이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와 자치경찰이 토호세력과 밀착해 중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또 지자체의 인구나 재정능력에 따라 자치경찰의 치안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방 ‘국가직 전환’ 개정안 발의 중, 경찰 ‘자치경찰제’ 연내 시범 실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이미 필요한 법제가 다 준비돼 국회에 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회에는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필요한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 대치로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대통령 공약이나 정부의 약속을 넘어서는 국민의 요청”이라며 빠른 처리를 촉구하는 반면, 야당은 “경찰은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하면서 소방은 왜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하느냐”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반면 자치경찰제는 정부 주도로 일사천리에 진행되고 있다. 당장 연내 5개 시·도에서 시범 실시하는데 7000∼8000명의 경찰이 지방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정부 계획대로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국에 확대될 경우 4만3000여명의 국가경찰이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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