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임신, 출산, 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100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30∼44세 여성 중 임신·출산 경험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육아휴직제를 이용했더니 평가 등에서 차별받았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육아휴직 관련 제도를 마음놓고 활용할 수 없는 분위기가 여전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29인 사업장의 육아휴직제도 도입률은 46%, 10인 미만 사업장은 34%에 그쳤다. 인구절벽을 해결하려면 갈 길이 먼데 육아휴직마저 이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니 답답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이 58.5%였지만 10인 미만 기업은 9.9%에 불과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육아휴직 보편적 사용 확산을 위한 쟁점과 개편 방향’ 정책토론회 자료를 보면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업무 공백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근로자들은 “동료에게 업무가 옮겨가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육아휴직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육아휴직은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다. 눈치 보느라 육아휴직을 주저하고, 육아휴직을 했다고 차별하는 관행을 끊지 못하면 다른 처방의 약발도 기대하기 어렵다. 세종시를 보면 답이 보인다. 세종시는 작년 출산율이 1.57명으로 전국 1위다. 가장 낮은 서울(0.76명)의 2배를 넘는다. 세종시는 공무원 도시라 출산 친화적이다. 공무원들은 남녀 모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쓰고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이러니 출산율이 높은 것이다.
지난해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이 0.98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산은 국가적 위기다.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려면 개인, 기업, 정부가 모두 나서야 한다. 특히 기업이 출산·보육에 친화적이 되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부는 여성은 물론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암울한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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