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해 온 클럽들의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은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 사업장을 유흥주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기준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똑같은 클럽인데도 지자체에 따라 유흥주점이거나 일반음식점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을 유흥주점으로 보는 현행법이 시대의 변화나 사회적 인식과 괴리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춤출 수 있으면’ 유흥주점?···‘춤 허용 지정증’ 발급한 지자체도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위생법’ 제21조는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손님의 춤, 노래를 허용할 경우 유흥주점으로 본다. 여기서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따라 해석의 차이를 보인다. 시·군·구의 조례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 춤추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버닝썬이 있는 서울 강남구의 경우 유흥종사자가 있거나 춤을 출 수 있으면 유흥주점으로 분류한다. 승리가 운영에 참여한 버닝썬, 몽키뮤지엄의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반면 마포구의 경우는 다르다. 별도의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 춤추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마포구 홍대클럽 조례’가 제정돼 있어서다.
마포구는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클럽이 밀집해 있다. 주거지가 밀집한 이 지역은 유흥주점의 영업이 제한된 곳이다. 식품위생법의 기준을 따른다면 이 지역에서는 클럽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마포구는 홍대 일대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유흥종사자가 없이 춤만 출 수 있는 클럽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예외 조항에 대한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 마포구의 경우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포구 조례안에는 ‘별도의 춤을 추는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의 춤추는 행위를 허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객석’은 탁자와 의자 등을 설치한 곳, 탁자와 탁자 사이의 이동 통로 등으로 다소 포괄적이다. 가령 테이블 바로 옆에 턱이 높은 공간이 있다면 이것을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로 봐야 할지 기준이 없는 셈이다.
마포구는 일반음식점 41곳에 ‘춤 허용 지정증’을 발급했는데, 사실상 ‘일반음식점인 클럽’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춤을 출 수 있는 공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면서 “기존의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위반 업소 단속도 지지부진 “일반 음식점서 춤추는 모습 포착해야 행정처분”
유흥주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탓에 지자체의 단속은 지지부진하다. 강남구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유흥주점이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세 차례 적발될 경우 업소의 문을 닫아야 하지만,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1년이 지나면 적발 기록이 남지 않는다. 1년 이내에 세 번 적발되지 않으면 영업에 지장이 없는 셈이다.
더구나 춤추는 것에 대한 규정을 어긴 경우라도 ‘걸리지만 않으면’ 행정처분을 하기 어렵다. 강남구 관계자는 “일반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춤추는 모습이 적발돼야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며 “다툼의 소지가 생겨 행정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이 모호한 데다 단속도 쉽지 않다 보니 행정처분도 해마다 줄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춤을 출 수 있도록 했다는 등의 이유로 행정처분한 사례가 2016년 49건, 2017년 36건, 지난해 18건으로 감소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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