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3보궐선거는 범여권 단일화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국회 의석을 하나씩 차지하며 여야 모두 ‘체면치레’를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사실상 여당의 패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의 ‘진보 텃밭’인 창원성산에서 여영국 민주·정의당 통합후보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0.5% 차이로 막판 역전을 한데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한 자리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4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당과 정의당 단일후보가 승리한 건 노회찬 정신을 계승해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하라는 뜻”이라며 “민주당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생을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도 전날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민주당과 정의당 공동의 승리이자 창원성산의 미래를 선택한 시민 모두의 승리”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개혁을 바라는 창원시민들의 열망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양당 공동의 승리를 강조했지만, 통합 후보를 내고도 ‘진보정치 1번지’에서 가까스로 이긴 건 그만큼 민심이 돌아섰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원성산은 17·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20대 총선 때는 정의당 고 노회찬 후보가 당선된 곳이다. 19대 때는 진보 진영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면서 이번에 낙선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당선됐다. 여영국 당선자는 3일 저녁까지 강 후보에게 뒤처지다가 밤 11시 이후 창원시 상남동과 사파동의 사전투표함에서 막판 득표가 쏟아지며 504표 차이로 승리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4·3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창원에서 정의당 단일후보가 신승했을 뿐 (실제로는) 대패했다”며 “문재인정부의 개혁실종, 경제실패,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의 회초리”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 여당은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 2년을 되볼아보고 뼈를 깎는 반성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진보의 성지라는 창원성산에서 사상 유례없는 단일화를 하고서도 초박빙 선거 결과 나온 이유가 무엇이겠나”라며 “잘못된 정책을 당장 수정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계속 정치공학적인 야합에만 매달린다면 훨씬 더 무서운 국민 심판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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