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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고급 자동차만 탄다? ‘BMW족’도 있소이다!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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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대민 소통 실천하는 의원들 / 본회의 열리는 날 자동차 ‘꼬리에 꼬리’ / 등록 출입차 300대 중 114대가 경유차 / “미세먼지 감축 노력하자” 공허한 외침 / 정태옥·윤준호·채이배 ‘대중교통’ 애용 / 우원식·이학재 일주일 2~3번 페달 밟아 / 건강·환경·정책 입안 도움 ‘일석삼조’

지난 22일 오전 6시45분, 서울 서초구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세계일보 취재팀은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과 출근길을 함께했다. 정 의원은 대구 북구갑이 지역구지만 평일에는 서울 잠원동 집에서 국회로 출퇴근한다. 고속터미널역에서 9호선 급행열차를 탄 정 의원은 여의도역에서 내렸다. 2번 출구로 나와 국회까지 약 1.3㎞ 거리를 쉼없이 빠른 걸음으로 내디뎠더니 오전 7시30분 의원회관에 도착했다.

본지 기자와 동행하는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

정 의원은 대구에서는 지역행사 여러 곳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수행비서와 함께 차를 탄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을 빼면 대부분 지하철로 다닌다고 한다. 그는 “서울시에서 공직생활 할 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기를 생활화했다”며 “서울은 차가 워낙 많이 막히니 대중교통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내리는 정태옥 의원

정 의원은 대중교통 이용이 몸은 조금 힘들 수 있지만 장점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그는 “9호선에 사람이 많아 자주 ‘낑겨’ 타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생생한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시민들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 의정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동료 의원들이 ‘쇼하지 말라, 서민 코스프레 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공무원 할 때부터 이렇게 다녀서 이게 편하다”고 웃어보였다. 허리에 만보계를 차고 다니는 정 의원은 하루에 1만2000∼1만8000보를 걷는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서 다니는 생활이 습관화됐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흔히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국회 본청 앞에 제네시스와 에쿠스 같은 검은색 고급 승용차와 카니발 등 대형 차량이 늘어서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운전기사와 차량이 제공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의원은 할당된 보좌진 중 1명을 운전 등 수행담당으로 해서 고급 승용차에 몸을 싣는다.

 

물론, 각 지역구와 국회를 오가려면 차량은 필수다. 하지만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력하자”고 목소리를 내면서 정작 상당수 의원은 심지어 경유차를 타고 다닌다. 지난해 7월 환경재단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0대 국회의원별 국회 등록 출입차량 300대 중 114대(38%)가 경유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국회의원부터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 의원처럼 국회에는 일명 ‘BMW(버스·바이크, 메트로, 워킹)족’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애용하기도 하고 근거리는 가급적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의원도 적지 않다.

버스타는 민주당 윤준호 의원.

◆버스·지하철 타며 시민과 접촉 늘리는 의원들

 

지난해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민주당 윤준호 의원은 ‘버스 마니아’다. 주중에 서울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그는 금요일 저녁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로 내려간다. 주말에는 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데 버스를 자주 타고 다닌다. 윤 의원은 29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면 기사님을 시작으로 시민들과 인사를 할 수 있고 같이 이동하면서 여러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시민들에게는 대중교통이 아주 중요한데 차만 타고 다니면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돼 있는지를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약을 만드는 데도 대중교통 사랑이 한몫했다. 그는 또 “재보선에서 반송 지역과 해운대신시가지를 빠르게 갈 수 있는 터널 공약도 버스를 타고 다니다 나온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높고 멀리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늘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국회 통근버스 애용자다. 성북구 고려대 인근에 거주하는 그는 지하철 6호선을 타고 광흥창역에서 내린다. 이후 2번 출구 앞에서 오전 8시10분 국회로 가는 통근버스를 탄다. 채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원내대책회의의 사전회의가 매일 오전 8시 반에 열리는데 통근버스를 타고 가면 딱 알맞게 도착한다”며 “요즘은 조찬모임이 많아서 더 일찍 나오거나 종종 자차(자가용)로 운전을 하고 오는데 그런 때가 아니면 지하철과 통근버스 조합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채 의원은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근무할 때는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국회에 등원한 뒤에도 자전거로 이따금 출근했다. 채 의원이 수행비서를 따로 두지 않는 이유는 한 명이라도 더 정책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기 위해서다. 그는 “챙겨야 할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이고 아직 젊은 축에 속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지 않다”며 “의원이라고 무조건 수행비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자리를 정책보좌진으로 채워서 조금이라도 일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채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 박병석·송영길 의원도 종종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

◆미세먼지 없는 날엔 강변 따라 자전거 주행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일주일에 두세 번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약 1시간 50분이 걸린다고 한다. 우 의원은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일주일에 두세 번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 운동량이 충분하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못 타지만 춥더라도 미세먼지가 덜 한 날엔 타고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초선이던 17대 국회 때부터 자전거로 출근했다. 그는 “국회의원 되기 전에 환경운동을 많이 했는데 의원 되고 나서 섬진강을 시작으로 전국 강변을 걸었다”며 “그런데 금강이 400㎞여서 계획된 일정 안에 다 못 걷겠더라. 중간중간 자전거를 탔는데 그때부터 맛들려서 자전거를 자주 타고 다닌다”고 자전거를 탄 계기를 소개했다. 우 의원은 “미세먼지 줄이는 차원에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전거 탄 자유한국당 이학재의원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바이크족’이다. 이 의원 역시 일주일에 두세 번 지역구인 인천 서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20분. 34㎞ 정도 떨어져 있는데 이 시간이 나오려면 시속 20㎞ 이상 달려야 한다. 이 의원은 “인천 서구청장을 할 때부터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구청장 할 때 집에서 구청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했는데 국회에 온 뒤로는 너무 멀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며 “5년 전쯤부터 타기 시작했는데 운동을 따로 안 해도 되고 정말 좋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미세먼지를 줄이려고 타는 건 아니었는데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만들면 아무래도 미세먼지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과거에는 우리가 자동차 위주의 도로였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이 늘어나면 자전거도로가 넓어지고 친환경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전거 타기를 권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는 뚜벅이족 의원들

 

지난 7일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삼청동 관저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출근해 화제가 됐다.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노 실장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청와대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실시했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

국회에도 걸어서 다니는 의원이 여럿 있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대표적인 ‘뚜벅이족’이다. 제주 서귀포가 지역구인 그는 주중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주로 생활하고 주말에 지역에 내려간다. 그가 사는 곳은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을 나와 샛강 위 다리를 건너면 의원회관까지 도보로 15분 정도 걸린다. 위 의원은 “의원이 되고 난 다음에 강서구 발산역 근처에 살았을 때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며 “그런데 5호선 타고 여의도역에서 갈아타서 오는 데 9호선 출근길이 정말 곤욕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때문에 2년 전 당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 의원은 “걸어다니면 우선 건강에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자세히 볼 수 있다”며 “차로 지나가면 같은 동선이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다니면 접촉면이 넓어져서 실제 정책을 입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형창·이창훈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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