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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재"…지열발전, 규모 5.4 지진 어떻게 촉발했나 [뉴스+]

입력 : 2019-03-20 18:49:30 수정 : 2019-03-20 22: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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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후 5번 물주입 → 미소지진→ 단층 파열→ 본진 발생 / 진앙과 가까운 98개 지진 분석 결과 / 지열정 자극에 의해 발생된 지진들 / 포항지진 단층 모양·움직임 등과 일치 / 지하수 변화·급격한 수위하강도 확인

“지열발전 과정에서 많은 미소지진(지진 규모가 3.0 미만인 작은 지진)이 발생했고, 이것이 결국 물체가 견딜 수 있는 최대의 변형력인 임계응력(臨界應力) 상태에 있던 본진의 단층을 건드려 포항지진을 촉발했다.”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지난 1년간의 연구조사를 통해 밝힌 포항지진 발생 원인이다. 지열발전 기술을 처음 시도하다가 지진을 일으킨 것이다. 자연지진인 경주지진(2016년 9월·규모 5.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지진으로,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낸 포항지진이 결국 인재였던 것이다.

연구단은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유발(induced)지진’과 ‘촉발(triggered)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두 용어는 국제적으로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으로 연구진은 포항지진에 한해 정의하며 설명했다.

 

유발지진은 땅속에 유체를 주입하는 등의 영향을 받아 응력이 변화된 범위 내에서 일어나는 즉 가해진 자극만큼 발생하는 규모의 지진이다. 촉발지진은 가해진 영향보다 자극받은 범위가 크게 벗어나는 지진으로 예상이나 통제가 불가능한 지진을 뜻한다. 포항지진에 앞서 발생한 미소지진들이 유발지진이라면 포항지진 본진이 촉발지진이다.

포항시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지 사흘째인 지난 2017년 11월 17일 포항 한동대학교의 한 건물 외벽이 부서져있다. 뉴시스

지열발전 과정의 수리자극과 지진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지열발전 부지 주변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진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연구단은 우선 2009년 1월1일부터 포항지진이 발생한 2017년 11월15일까지 포항과 그 주변에서 발생한 520개 지진 중에서 진앙 거리가 5㎞ 이상이거나 진원 깊이가 10㎞ 이상인 것을 제외하고 109개의 지진을 선별했다. 또 이 중에서 관측 자료가 부족해 위치 정확도가 떨어지는 11개를 제외한 98개 지진을 대상으로 3D(차원) 정밀 지진 위치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PX-2 지열정에서 이뤄진 수리자극에 의해 유발된 미소지진들이 이루는 평면과 포항지진의 단층면해(단층의 모양·움직임 등 계산한 결과)가 일치했다.

해당 평면이 통과하는 위치에서 다른 증거들도 나왔다. 시추공을 영상으로 검층한 결과 지열발전을 위해 굴착한 두 지열정(PX-1·PX-2) 중 PX-2 지열정은 깊이 3783 지점에서 막혀 있었다. PX-2의 암편시료를 분석한 결과 깊이 3790∼3815 구간에서 단층핵에 해당하는 단층비지대(단층활동의 결과로 암석 등이 부서져 생긴 점토)의 존재가 확인됐다. 지진을 분석해 나온 단층면을 연장하면 이 깊이와 일치한다.

포항지진이 발생하던 당시에 이 단층이 파열되면서 PX-2 지열정을 손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증거로 PX-2 지열정에서 급격한 수위 하강과 지하수의 화학적 특성 변화도 관찰됐다.

지난 2017년 11월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 진앙지 인근 논바닥에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액상화는 강한 지진동에 의해 지반이 물러져 지하수와 함께 솟아오르는 것으로 이번이 국내 첫 관측 사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연구단은 2016년 1월 말부터 두 지열정에서 진행된 다섯 차례의 수리자극의 시점에 규모 2 이하의 미소지진 발생이 맞물리는 것도 증거로 제시했다. 2017년 3월16일부터 4월14일까지 PX-2에 3차 수리자극이 가해진 뒤인 4월15일에는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3차 수리자극 당시의 공극압(암석의 작은 구멍 속 액체에 의한 압력)보다 포항지진 발생 2개월 전에 행해진 5차 수리자극으로 인한 공극압 변화가 단층면에 훨씬 폭넓게 남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2016년 1월부터 5차에 걸쳐 진행된 수리자극으로 발생한 미소지진들의 진원이 남서방향으로 진행하면서 2017년 11월15일 본진의 진원까지 도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대한지질학회장)은 “그동안 지열발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그 외에 다른 차원의 접근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논문 발표 및 토론 등을 통해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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