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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협=북극곰 멸종’ 등식 성립할까?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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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9 10:56:30 수정 : 2023-12-28 23: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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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티에르파크(Tierpark) 동물원의 북극곰 어미 ‘토냐’와 새끼.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티에르파크(Tierpark) 동물원에서 100일 된 북극곰 새끼가 공개됐다. 아직 이름이 없는 새끼 곰은 언론뿐 아니라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북극곰 새끼의 사망률은 50%에 이르고, 100일을 넘겨 생존하는 일이 드문 탓이다. 실제로 어미인 ‘토냐’는 앞서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모두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북극곰의 모성애는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살아남은 3번째 새끼의 모습에 애틋해 하는 토냐와 새끼 곰의 생존 소식은 전 세계 언론과 이목을 집중시켰다.

 

티에르파크 동물원은 규모가 크고, 잘 관리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880종, 5000마리 이상의 동물이 살고 있어 ‘작은 지구’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시설에서도 북극곰의 생존율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몇년 간 크고 작은 환경단체들과 유명한 야생동물 보호 국제기구들은 유독 북극곰에 대한 구호와 광고 캠페인을 적극 벌여왔다. 하얗고 동그란 외모가 주는 친근함과 코카콜라 CF와 여러 영화 등에 노출되어 전 세계에 많은 팬을 보유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영향이 컸다. 그 여파로 북극의 동토층과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 상황이 일반 대중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이들 기구의 웹사이트는 기후변화로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고 대부분 강조하고 있다. 또 활동기금 마련에 필요한 북극곰 모양의 팔찌와 셔츠 등을 구매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캠페인에 많은 이들은 ‘기후변화 위협=북극곰 멸종’이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현실은 어떨까? 지난달 11일 러시아 시베리아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놀라운 사진과 기사를 보도했다. 북극해 인근 노바야제믈랴 제도 섬마을에 북극곰 52마리가 내려와 마을 쓰레기장과 공터를 배회하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북극곰의 개체 수 증가가 마을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또 캐나다 생물학자 수잔 크록포드(Susan Crawford)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논문에서 “북극곰이 지구 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극곰은 2008년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SA)에 따라 보호종으로 지정돼 본격적으로 보호받기 시작했다. 대부분 환경단체는 지구 온난화를 북극곰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고, 미국 어류야생동식물보호국(USFWS)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2050년이면 개체 수가 30% 이상 감소해 1만5000마리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린란드에 사는 북극곰 가족.

 

그러나 북극곰의 개체 수는 지난 15년간 5000마리 이상 꾸준히 늘어와 현재 2만90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년은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해빙이 가장 많이 녹아내린 기간이기도 하다. 

 

물론 기후변화가 북극곰의 생존에 위협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데 대해서는 최근 과학자와 생물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면서 힘을 얻고 있는 유력한 위협 원인은 북극곰 서식지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직접적인 개발과 파괴다. 알려져 있다시피 북극의 천연자원 매립량은 상상을 초월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한 각국의 준비가 한창이다. 

 

‘기후변화 위협론’이 인간의 환경파괴 행위로 생겨난 온난화가 북극곰을 죽이고 있다는 취지의 3인칭 위협이라면, ‘서식지 개발로 인한 파괴’는 인간이 북극곰에게 주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사실상 그동안 기후변화 뒤에 숨어있던 인간의 직접적인 파괴행위에 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베를린 동물원에서 새끼 북극곰이 100일을 넘겼다는 소식은 분명 기쁜 일이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5000마리 이상 늘어난 북극곰의 생존 소식은 이러한 인간의 교만함을 경고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무리 인간이 잘 관리한다고 해도 자연상태 그대로의 환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탓이다.

 

현재 한국에만 84개의 동물원, 23개의 수족관이 운영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협 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과 관리는 지구 생물 멸종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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