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법원에 접수되는 재심 규모는 감소하는 반면 청구 기각률은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이 느끼는 재심절차 문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까다로운 재심요건·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연도별 전국 법원 재심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재심 신청 규모(1심 민사·형사재판 관련한 피고인 기준)는 1582명으로 전년도 1906명 대비 324명 감소했다. 특히 재심 신청 인원은 2015년 4261명을 기록한 뒤 2016년 2440명, 2017년 1906명으로 매년 줄었다.
반면 법원이 재심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는 늘었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돼 처리된 재심 규모(1심 형사재판 관련한 피고인 기준) 1339명 중 937명(69.9%)이 법원으로부터 청구 기각 결정을 받았다. 2017년 청구 기각률 68.8%보다 증가했다. 법원에 의한 재심 청구 기각률은 2015년 50%, 2016년 66.8%로 매년 증가했다.
즉 2015년 이후 법원에 재심 청구를 신청하는 사람을 줄었고, 되려 접수가 이뤄져도 법원에 의해 기각되는 확률은 높아진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재심 청구 문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향이 우리나라의 재심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형사소송법 420조는 유죄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재심 개시를 인정한다고 돼 있어 기준이 엄격하다.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어야 한다는 증거의 ‘명백성’과 ‘신규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무죄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재심제도 개혁 대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의 재심이유가 증거의 명백성과 신규성의 요건을 이중으로 요구하는 것과 달리 프랑스는 명백성 또는 신규성 중 어느 하나만 충족하면 재심청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심요건·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재심제도 개혁 대토론회’를 통해 “재심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강력 범죄 540건의 사례를 분석해 “피고인이나 공범의 허위자백, 피해자·목격자의 오인 진술 등이 판단 차이를 초래한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재심요건·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재심 접수 건수가 감소하고 재심청구 기각결정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억울한 피해자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 재심 요건을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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