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1778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진 영향이다.
13일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수입은 62조1159억원이었고, 지출은 62조2937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당기수지는 1778억원 적자를 보였다. 건보 재정 적자는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건보 재정은 2011년 6800억원을 시작으로 7년 연속 당기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2014년엔 4조5869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7년 정부지원금 감소와 요양급여비 증가 등으로 흑자규모가 7077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지난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적자이긴 하지만 누적적립금이 20조원 이상 쌓여있어 당장 건전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누적적립금은 2011년 1조5600억원에서 2013년 8조2203억원, 2015년 16조9800억원으로 불어났고, 2016년(20조656억원)엔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현재 누적적립금은 20조5955억원이다.
건보재정 당기 적자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인구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많아진 데다, 지난해 7월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서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다수의 비급여 진료가 급여화됐다. 지난해 10월 뇌·뇌혈관 MRI(자기공명영상장치)에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지난 2월에는 하복부·비뇨기 초음파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올해도 안면·복부·흉부 MRI, 전립선·자궁 초음파, 병원·한방병원의 2·3인실 등으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당기수지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조원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의 건보 재정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22년 누적적립금은 11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건보공단은 추산하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보장률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2026년에 누적적립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이 있어 건정성 우려가 없지 않다. 예정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재정추계’ 보고서에서 건보재정 고갈을 막으려면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비 지출 절감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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