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에 사는 워킹맘 A(35)씨는 요즘 '층간소음' 문제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몇 개월 전 그는 신혼 때 살던 작은 아파트에서 평수를 늘려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생기니 더 넓은 환경이 필요해졌고, 조금 무리를 해 전세 계약을 했다.
그런데 이사 온 첫날 A씨는 바로 후회를 했다고 한다. 다름 아니라 위층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발로 '쿵쿵'거리는 소리와 음악 소리가 들렸고, 오래 전에 지어진 아파트라 그런지 소음은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몇 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지 '발망치' 소음은 잠깐 들리고 마는 수준이 아닌, 계속해서 A씨를 괴롭혔다.
직접 올라가 항의를 하면 이웃 간 불화로 이어질까 두려워 관리사무소에 몇 번 전화를 했다. 하지만 소음은 거의 줄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엘리베이터에서 위층에 사는 여성과 마주쳤다. 중년쯤 돼 보이는 여성은 A씨를 보더니 먼저 인사를 걸어왔다. A씨가 "혹시 아이가 있으세요?"라고 묻자, 위층 여성은 "네, 셋이요"하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이 여성은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 주인'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전에 살던 부부는 조금만 시끄러워도 바로 얘기하더라고요. 어찌나 민감한지. 하여튼 유별났다니까요."
순간 A씨는 황당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A씨 역시 아이가 있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위층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휴일 이른 아침이나 밤 늦은 시각에도 계속되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아기가 낮잠에서 깨거나 밤 늦은 시간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A씨는 "애가 셋인 게 문제라는 건 아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오히려 반길 일 아니겠나. 위층에서 층간소음의 문제를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조심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사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한다. 그런데 비싼 이사 비용은 누가 대주겠나"라며 울상을 지었다.
공동주택 문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에서 '층간소음'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이슈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청주 청원 경찰서는 자신의 집 천장에 아기 울음소리, 망치 두드리는 소리 등이 나는 대형 스피커를 설치한 주민 B(45)씨를 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 주민과 갈등을 겪어온 B씨는 '층간소음 보복 전용 스피커'를 온라인에서 구매해 설치했으며, 이날 새벽 자동재생 모드로 설정해놓고 출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위층 소음에 불만을 품고 천장에 스피커 등을 달아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내는 행위는 경범죄 등으로 과태료나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광주에서는 층간 소음에 불만을 품고 윗집에 올라가 망치로 벽을 부수고, 집 안에 들어가 행패 부린 60대 남성이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들은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층간소음 규칙을 규정하고 있다. 층간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신고해 층간소음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 밖에 환경부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인터넷사이트(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속해 소음분쟁 상담신청을 한 뒤 전문가 상담을 받거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에 민원을 신청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한 데다, 산발적이고 비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층간소음의 특성상 그 정도가 법적기준을 넘어서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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