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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론조사방법, 무작위표집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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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28 21:19:53 수정 : 2019-02-28 21: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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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우리나라 방송사, 신문사가 보도하는 대부분의 전화여론조사 방법은 각각 85%나 80%는 휴대전화로 하고, 나머지 15%나 20%는 집전화로 조사하는 혼합방식이었다. 혼합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휴대전화 보급률이 균질하지 않아서 모집단의 일부, 즉 고연령층이 포함되지 않는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 조사는 인구비례에 따라 배정된 성, 연령, 지역별 할당을 우선 휴대전화로 많이 채우고, 할당이 채워지지 않거나 조사가 어려운 지역, 성, 연령층의 경우는 집전화로 나머지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사방식으로는 통계학적으로 우수한 표집방법으로 인정받는 단순무작위표집이 될 수 없고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 비과학적인 할당표집이 되고 만다. 전화조사를 하다 보면 응답자가 애당초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아도 응답을 거부하거나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할당표집방식에서는 조사자가 이들 비수신자 또는 응답거부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 않고 다른 전화번호를 걸어 응답해 주는 사람을 찾아서 응답을 받아낸다. 특히 집 전화의 경우는 전화를 받는 사람이 할당에 적합한 사람이면 조사를 진행하지만, 할당에 적합하지 않으면 조사를 중단하게 되고, 가구 내 구성원수를 물어 생일이 가까운 사람을 찾는 소위 생일법을 이용해 응답자를 찾는 무작위 선정과정은 거의 생략된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R&R) 대표
우리 언론사에서 많이 인용하는 ARS나 전화여론조사 방식은 이렇게 응답하는 사람만 조사하는 편의적 조사방법과 무한 전화번호대체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조사된 결과는 통계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응답자가 조사의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선택 편이’가 심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는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응답자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할당표집을 하게 되면 무작위표집과는 달리 통제하지 않은 다른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정치나 사회현상은 성, 연령, 지역 등의 변수가 많은 영향을 끼쳐 왔기에 이 세 가지 변수만을 고려한 할당표집이 어느 정도 작동했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외의 변수인 소득, 직업, 학력 등이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없다. 194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시의 여론조사기관이 트루먼의 승리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무작위표집이 아니라 할당표집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국의 유명조사기관인 퓨리서치나 갤럽의 전화조사는 유효한 전화번호를 5번까지 시도하는 무작위표집방식을 쓰고 있다. 전화면접원에 의한 5회 재접촉시도 방식은 조사대상으로 선택된 응답자에게 더 많은 응답기회를 제공하고, 조사자가 조사참여를 설득할 수 있고, 응답자에게 편리한 시간대에 조사를 진행할 수 있어 응답자 편기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18년 현재 무선전화의 보급비율은 95%이며, 그동안 보급이 덜 됐다고 알려진 60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도 87% 이상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어 휴대전화표집틀은 모집단의 80% 이상을 포함하는 훌륭한 표집틀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언론사나 조사기관도 이제까지의 할당표집을 버리고 단순무작위표집으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무작위표집방법으로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R&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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