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같은 히로뽕” 즉 GHB가 ‘물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색, 무취로 액체에 타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GHB는 마약의 일종으로 복용했을 때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황홀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01년 제 44차 유엔마약위원회에서는 GHB를 향정신성약물, 즉 마약으로 분류했고 같은 해 한국에서도 GHB를 마약으로 지정했다.
GHB는 1980년대 초기 등장 당시 알코올 중독의 금단현상이나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강한 중독성과 간질, 발작 등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금지됐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GHB를 복용했을 때 2~3주 내로 중독 증상을 경험할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GHB 복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세계 마약실태조사(global drug survey)를 보면 여성 4명 중 1명, 남성 6명 중 1명이 과다복용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같은 강한 중독성 때문에 GHB는 ‘액체 엑스터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GHB가 성범죄에 악용되는 이유는 과다복용하거나 알코올과 함께 복용했을 때 복용자가 혼수상태에 이르는 특성에 있다. 게다가 GHB는 24시간 안에 소변과 함께 배출돼 피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GHB는 복용 그 자체로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GHB에는 알코올과 비슷하게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복용하거나 같은 역할을 하는 알코올과 함께 복용했을 때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클럽 등 유흥주점에서 알코올과 함께 섞어 마셨다면 인체에 치명적이다.
해외에서는 GHB 복용에 따른 사망사례가 수차례 보고되며 유해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다수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영국의 한 여성 교사는 음료에 GHB를 타서 마시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혈액에서는 다량의 GHB 성분이 검출됐다. 그녀는 칼로리가 없는 GHB를 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3월 영국의 한 남성 대학생도 파티에서 GHB를 사용하다 혼수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했다.
전문가들도 GHB가 신체에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장충곤 성균관대 교수(약학)는 통화에서 “GHB 용량에 따라 적게 복용하면 건망증이 생기고 조금 더 많아지면 비몽사몽 상태가 되다가 심하면 코마(기절) 상태가 되고 발작단계를 넘어서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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