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어원에는 또 하나의 주장이 있다. 가장 유력한 어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수불’이다. 맥주, 샴페인, 막걸리 등 세상의 모든 발효주는 알코올을 생성할 때 이산화탄소(CO2)가 나온다. 이 모습을 보고 옛사람들이 물속에 불이 있다고 하여 ‘수불’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곧 ‘술’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에서도 유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술을 빚는 효모는 영어로 ‘이스트’(Yeast)라고 발음한다. 이것의 어원은 라틴어로 ‘기스트’(gyst)인데 이것이 ‘끓는다’라는 뜻이다. 발효라는 뜻의 ‘퍼먼테이션’(Fermentation) 역시 어원이 ‘피버’(Fever)로 ‘열’이라는 의미가 있다. 동서양 모두 뜨겁고 끓고 열이 있다고 표현했다. 아무리 동양과 서양이 달라도 결국 인류는 하나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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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증류주, 탁주, 청주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 술들. 전통주 갤러리 제공 |
참고로 ‘수불’은 구조가 한자와 한글로 되어 있어서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유사한 어원이 여러 개 있다. 바로 ‘수박’과 ‘장마’다. 수박은 물 ‘수’(水)에 순 한글인 ‘박’이 하나가 된 단어로, 수불과 비슷한 어원 체계를 가지고 있다. 장마 역시 마찬가지다. 길 ‘장’(長)에 비를 뜻하는 ‘마’를 씀으로써, 한자와 한글이 합쳐진 단어다. 결국 ‘수불’이란 많이 마시고 취하라는 뜻이 아닌 ‘물과 불이란 상극의 물질이 만나 술을 이룬다’는 ‘소통과 화합의 의미’로 이어진다. 과음으로 물들인 현대의 음주문화에 진정한 술의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어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일본 릿쿄대학(立?大?) 사회학과 졸업. 현재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
일본 릿쿄대학(立?大?) 사회학과 졸업. 현재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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