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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가면 정신 잃는다?"… 물뽕 의혹에 불안한 여성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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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05 13:48:59 수정 : 2019-02-05 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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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클럽 내 마약투약 논란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클럽 내 마약 투약의혹까지 번지면서 일명 ‘물뽕(GHB)’ 규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약류인 물뽕은 소지만 해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메신저 등을 통해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있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물뽕은 무색무취로 범행을 인지하기 어렵고, 바로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약물 피해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여성들은 이같은 불안을 호소하며 국민청원 등 ‘약물범죄’에 대한 공론화 조짐까지 있는 상황이다.

◆ 과거부터 논란이었던 클럽 내 약물 성범죄

클럽 내 마약투여 의혹은 오래전 부터 제기돼 왔다. 2015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일부 클럽에서 도수를 속인 술이나 약물을 판매해 성폭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던 ‘소라넷’에도 데이트 강간 약물에 정신을 잃은 게시물들이 유행처럼 오르며 논란을 키웠다. 이듬해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가 나서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 캠페인’을 벌이기까지 했다.

클럽 내 마약투여 의혹이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올르기 시작한 건 지난달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사내이사로 있는 클럽 버닝썬의 폭행사건이 관심을 받으면서다. 폭행당시 영상과 함께 온라인상에 공개된 버닝썬 클럽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한 여성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남성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이 담겼고, 일명 ‘물뽕’ 의혹이 제기됐다. 누군가 여성에게 정신을 잃는 마약류의 일종인 ‘물뽕’을 마시게 했다는 것이다. 이어 클럽 내 VIP룸에서 마약 투약 정황을 목격했다는 버닝썬 전직 직원들의 언론 인터뷰가 등장했고, 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김모(28)씨는 SNS를 통해 물뽕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제보가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버닝썬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30일 서울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하고 클럽 내 성범죄, 물뽕 이용 의혹, 경찰과 클럽의 유착관계 등을 집중 내사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 한윤종 기자
◆ 성폭력상담소 “알아채기 힘들고 피해 입증도 쉽지 않아”

술, 약물 등으로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생한 성폭행은 형법 제299조에 따라 징역 3년이상의 엄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GHB는 무색무취로 자신이 약물을 마셨는지 알아차리기 힘들고, 소변으로 약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클럽에서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의혹 제기는 많지만 (수사기관) 신고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일반 성폭력 피해자와 (약물로 인한 성폭력 피해자가) 다르지 않지만 약물로 피해가 일어난 사실을 알기 쉽지 않고, 검사를 즉각적으로 했을 때만 약물이 검출돼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담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버닝썬 사건이후 경찰이 결탁돼 있다는 의혹이 커지자 (관할 경찰서인) 강남경찰서를 못 믿겠다는 토로까지 나오고 있다”며 약물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 우려까지 전했다.

지난달 30일 일부 여성커뮤니티와 SNS에 공유된 '남성약물카르텔 네이버 총공' 게시물.
◆ 쉽게 거래되고 있는 GHB에 여성들 “약물 범죄 제대로 수사하라”

GHB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GHB는 마약으로 지정돼 판매는 물론 소지만 해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지만, 포털 사이트, SNS 등을 통해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지난 3일 ‘물뽕’을 검색하니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한 판매 글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약물 범죄 근절을 위한 여성들의 공론화 움직임도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부 여성커뮤니티와 SNS에 “남성약물카르텔 네이버 총공”이라는 게시물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남성약물카르텔’이란 단어를 올려 사회적 관심을 이끌자는 의도에서다. 실제 이날 오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남성약물카르텔’이란 단어가 올랐다.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공공연한 여성 대상 약물 범죄 처벌과 버닝썬을 비롯한 클럽, 유흥업소와 경찰 간의 유착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 및 처벌을 하라’는 제목의 청원은 지난달 29일 올라 3일 오전 기준 13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대부분 클럽과 유흥업소에서는 약물을 술에 타서 먹인 뒤 여성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는 클럽 직원들에게 일상적인 일이라 다들 묵인하고 클럽에서는 경찰한테 거액의 뒷돈을 쥐여주어 수사를 하지 않는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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