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에 양가 부모님 용돈에 선물비만 해도 벅찬데 양가 조카들 세뱃돈까지 정말 부담된다. 빠듯한 살림에 명절이 정말 싫다. 형편껏 할래도 세뱃돈 액수에 관심뿐인 조카들도 안보고 싶다. ㅠㅠ”(dep5****)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걱정이 쌓이는 이들이 많다. 특히 시댁에 가서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며느리들은 양가 부모는 물론이고 조카들 세뱃돈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에 벌써 스트레스를 받는다.
2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371명 등 성인남녀 12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예상 경비는 평균 41만4000원으로, 이 중 18만1000원을 세뱃돈으로 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직원들은 세뱃돈으로 미취학 아동 2만원, 초등생 4만원, 중학생 6만원, 고교생 8만원, 대학생 12만원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세뱃돈을 줄 대상인 두세명이라면 5만원, 10만원이라고 해서 그리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세뱃돈 기준을 대학생 4명 등 조카가 11명이나 된다는 네티즌에게 적용하면 세뱃돈으로만 86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통비와 부모님 용돈 등까지 생각하면 은행 ATM기에서 현금을 뭉텅이라고 인출해야 할 상황이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00원, 500원짜리 동전이나 기껏 1000원짜리 지폐로 주던 세뱃돈은 5만원, 10만원으로 로켓처럼 치솟은 양상이다.
‘스카이캐슬식 교육’에 물든 일부 부유층의 무분별한 자식사랑과 사회 전반에 퍼진 체면주의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 A고 졸업을 앞둔 아들을 둔 B씨는 최근 같은 반 엄마들 모임에서 들은 얘기에 우울하기만 하다. 강남에 빌딩 몇채를 보유한 자산가인 아들 친구 부모는 고교 졸업 선물로 고급 페라리 자동차과 관악구 한 아파트를 사줬다고 한다. 자식 사랑을 물질의 크기로 경쟁하는 풍조가 세뱃돈 문화까지 그대로 물들였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본인 체면때문에 세뱃돈 줄거면 차라리 안준다고 선언하세요. 먹고살기도 빠듯하다면서 무슨 5만원씩 턱턱 내줍니까? ㅋㅋㅋ”라고 한 네이버 아이디 ‘avfa****’의 지적 그대로다.
결국 체면과 경쟁을 버리지 않는 이상 세뱃돈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생각을 바꾸면 “세뱃돈은 초딩= 3학년까지 1000원...4~6학년 2000원...중학생=3000원으로 통일....고교생=5000원...특별히 고 3은 7000원 정도가 적당함. 대학생=1만원 ....한석봉 어머니 신사임당이 모델로 있는 5만원은 절대 주면 안된다”고 한 네티즌(utob****)의 제안을 현실로 옮기지 못할 이유도 없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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