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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에도 사과만…” 박용관법 촉구하고 나선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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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30 14:15:45 수정 : 2019-01-30 09: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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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박용관 상병 폭행 사건 휴가 중 민간인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박용관 상병의 사연이 전해지자 일명 ‘박용관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민간인을 때려선 안 된다’는 군인복무규율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박 상병은 지난 12일 행인이 갑자기 시비를 걸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던 찰나 폭행을 당해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숨을 거뒀다. 현장에 있던 박 상병의 친구들은 가해자와 함께 있던 일행이 박씨가 쓰러지자 “군인이라 신고 못하니까 빨리 가자”며 자리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유가족과 친구들은 군인이 직접 신분을 밝히고 폭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민간인이 폭행을 한다면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박용관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 박용관 상병(왼쪽)과 유가족. 유가족 제공
◆ 부사관 꿈꿨던 박 상병…사과만 했다

29일 경남 김해중부경찰서와 유가족,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휴가를 나온 박 상병은 지난 12일 경남 김해에서 친구 4명과 만났다. 박 상병은 친구 1명과 편의점에 들르던 중 동네 주민 A씨와 어깨를 부딪쳤다. A씨는 “시끄럽다”며 다짜고짜 박 상병 일행에게 욕을 하고 시비를 걸었다. 군인 신분인 박 상병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A씨는 박 상병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던 찰나 주먹을 휘둘렀다. 박 상병은 그대로 쓰러졌고 길 바닥에 부딪힌 뒤 의식을 잃었다. A씨는 현장을 떠났고 친구들은 바로 박 상병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며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박 상병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21일 뇌사판정을 받고 숨졌다.

친구들은 사건 당시 박 상병이 쓰러지자 “가해자와 함께 있던 일행 중 하나가 ‘군인이라 신고 못하니 빨리 가자’라고 말해 A씨 등이 즉시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상병이) 군인인 것을 가해자가 인지했는지 여부가 현행법상 가중처벌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대상이 아니다”며 A씨를 중상해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경찰에서 “(박 상병이) 어깨를 부딪치고 (일행과) 길거리에서 소란스럽게 했다”며 홧김에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23일 박 상병의 심장, 폐, 간, 췌장, 좌·우 신장을 다섯 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 

◆ ‘박용관법’ 촉구하고 나선 유가족들…폭행 처벌 기준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유가족과 친구들은 ‘박용관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인이 군인신분을 밝히고 폭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뒤에도 폭행했다면 가해자에게 가중처벌을 하자는 것이다. 유가족과 친구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쫓아다니며 ‘박용관법’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故박용관군과 같은 피해자 생기지 않도록 군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를 마련해주세요”라는 청원도 제기했다. 박 상병의 사촌 동생이라는 청원자는 “군인도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다시는 제 사촌 형 고 박용관 군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원은 29일 오후 기준 3만2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유가족 B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군에서는 휴가를 나갈 때 출타 전 교육이라고 폭행·성추행·금전 갈취 금징 등을 강조할 뿐 민간인과 시비에 휘말렸을 때 적절한 대처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이지만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상병은 최근 부사관 시험에 응시해 직업군인을 꿈 꿀 정도로 군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고 한다. B씨는 “본인이 잘못없다고 하더라도 경찰에 (폭행)사고가 접수되면 지휘관으로부터 연락오고 폭행을 문제 삼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조차 용관이가 CT를 촬영하고 있을 때 부사관 합격에 영향이 있을까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오른 박용관법 제정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국민복무규율 15조에 따르면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폭언 및 가혹행위 등 사적 제재를 행하여서는 안 되며, 사적 제재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도 민간인에 대한 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데 이를 악용한 폭행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군인이 민간인에게 폭행을 당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에서는 객실이 춥다고 난방을 요구한 C씨를 모텔주인이 폭행해 전치 2주 상해를 입혔고, 2016년 충북 청주에서는 휴가를 나온 군인이 10대 4명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저항의사가 없는 사람을 폭행할 경우 가해자의 형벌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폭행 정도에 따라 단계를 나누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저항의사가 없는 사람을 폭행했을 때 단순폭행, 폭행치사, 폭행치상 정도로만 나눠 형벌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며 “군인이 방어적 수단을 취해도 경찰조사에서 쌍방폭행을 주장하는 일도 빈번해 폭행에 대한 처벌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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