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가정집서 에어비앤비 숙박영업…"주말마다 파티, 층간소음 피해는 이웃 몫" [밀착취재]

관련이슈 스토리 세계

입력 : 2019-02-04 15:59:08 수정 : 2019-01-30 09:04: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토리세계] 공유 경제, 합법과 불법 사이
자기의 집을 상품으로 내놓는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둘러싸고 집 소유자와 이웃 주민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아파트 등 다양한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등이 문제가 된다. 경우에 따라 법적 다툼으로 치닫기도 한다. 에어비앤비 영업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은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아파트를 돈 받고 빌려 주는 것은 불법 영업행위”라며 “한 세대의 개인적인 이익에 다수가 소음 피해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

A씨 부부는 "윗집의 민박업으로 주말이면 소음에 시달렸다"고 하소연했다.
◆“층간소음으로 밤새 잠 못 자는 심정을 아십니까?”

1년 전 인천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A씨는 “새집에 입주해 기뻤지만 얼마 후 발생한 층간소음 피해로 하루하루가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한 뒤부터 주말마다 어김없이 들리는 위층 소음에 의구심을 품었다.

평일과 달리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에는 마치 파티라도 하듯 밤늦도록 시끄러워 편히 쉬거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A씨는 당초 ‘윗층에서 집들이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상황이 바뀌지 않아 직접 찾아가서 소음 자제를 요청했다. 그럴 때마다 집에 있던 사람들이나 집주인은 “지인이 놀러와서 그런다.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말로 양해를 구하는 식이었다. 

층간 소음 스트레스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
◆“현장 보니 영업 흔적”

하지만 실상은 해당 아파트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민박처럼 운용되고 있었다. 실내에는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이불과 담요 등 침구가 마련됐고, 욕실에는 칫솔 등의 유료사용을 알리는 문구가 있었다. 에어비앤비 앱에는 과거부터 최근까지 이 아파트를 사용한 사람들의 후기도 남아 있었다. 후기에는 ‘연말 모임을 이 아파트에서 했다’거나 ‘아파트라 층간소음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달렸다.

A씨는 “지난 8개월간 주말마다 소음에 시달렸다”며 “윗층 집에 온 사람들은 모두 놀러 온 사람이라 층간소음은 의식하지 않을 뿐더러 밤낮도 가리지 않는다. 오는 사람이 매번 바뀌니 항의해도 그때분이고, 집주인에게 말해도 소용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입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에서 윗집의 불법 민박업으로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우리 가족은 잠도 잘 못자고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A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암 수술을 한 아내와 대입 수험생인 고3 자녀가 받는 층간소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3인 자녀가 집에서 공부하기 힘들어 도서관 등을 전전한다”며 “암 치료받은 아내는 우울증 증세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실제 A씨 집에는 처방받은 약 봉투가 수두룩했다.

'칫솔은 1000원'이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에어비앤비 숙박업으로 볼 수 있어”

여러 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것은 ‘공중위생관리법 제20조’에 저촉된다는 게 관할 당국의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금전이 오가는 에어비앤비를 숙박업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숙박업을 하려면 관할 구청 신고와 주민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 관광업으로 봐도 소유주가 거주하면서 관광에 도움줘야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그러지 못한다”며 “도시 관광업의 경우 관리소와 주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 내부에는 이불 등 손님이 사용할 침구류 등이 마련돼 있었다.
◆“한국서 정식 서비스…억울하다”

집주인 B씨는 “공유숙박 앱을 이용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되는 공유경제 플랫폼”이라며 “사정상 집을 비울 시간이 많고, 이를 활용해 용돈 벌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이 두 채로 알려졌다.

B씨는 “아래층에서 층간소음을 주장하지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평일 집에 사람이 없어도 소음 난다고 항의한다. 주말엔 소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소음 방지를 위해 매트리스를 준비하고 주의를 환기하는 등 나름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살면서 소음 없이 지낼 수 없다”며 “(에어비앤비가) 불법이라면 한국에 정식 서비스될 수 없을 것이다. 법으로 문제 될 게 있나”라고 되물었다.

B씨가 에어비앤비에 광고한 내용.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아파트란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 관계자로부터 자신의 행위가 ‘무등록 숙박업에 해당한다’는 해석과 도시 관광업으로 본다 해도 관리사무소와 주민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선 층간소음 유발을 인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B씨는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건 아니다”라며 “법을 어겨가며 해야 할 건 아니다. 법을 위반하면서 서비스하는 에어비앤비의 문제”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홈페이지에 ‘호스팅하고자 하는 도시에서 허가 또는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법 또는 규정 위반 시 벌금을 내거나 다른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명기해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B씨가 책임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B씨를 신고한 A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폭행 사건과 같은 피해가 얼마나 많이 발생해야 법을 강화할지 모르겠다”며 “공정한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청은 에어비앤비가 '공중위생관리법 제 20조'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등록 심사 깐깐하게 안 한 채 이용자 책임 강조하는 에어비앤비도 문제

정부 규제 완화에 힘입어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는 약 4만 5000곳에 달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 신청 자체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간단하게 등록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숙소를 둘러싼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사용자에게 넘기는 모습이다.

에어비앤비는 ‘시작 전 등록·허가 또는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특정 종류의 단기 숙박은 금지될 수 있으며 지역마다 법 시행하는 방식이 크게 다를 수 있어 법이나 규정 위반 시 벌금 또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고지한다. 즉 등록에 필요한 법률 검토 등 제반 사항은 사용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B씨는 ‘소음방지에 힘썼다’고 말했지만 “민원이 있으면 그냥 알았다고 하면 된다”고 숙소이용자에게 말했다.
또 ‘소음이 이웃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손님에게 알려주라고 할 뿐. 소음으로 인한 분쟁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B씨처럼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주민동의와 등록 절차 없이 영업하거나 층간소음 등으로 이웃 주민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연말 모임했다는 이용 후기.
아파트라 층간소음 유발에 유의해야 한다는 후기.
에어비앤비가 숙소 등록 과정에서 해당 숙소 운영 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법적 문제가 없어도 이웃들과 분쟁발생 소지가 적은지 등을 가려 등록을 받거나 명확하게 고지하는 장치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유경제 활성화에 나선 정부 역시 공유경제와 관련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제보자 제공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