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하원의 정부 불신임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유럽연합에서 떠나라는 영국 국민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믿으며,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
◆“대체자가 없다”… 똘똘 뭉친 보수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하원은 정부를 불신임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놓고 토론을 벌인 뒤 찬반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집계돼 불신임안은 19표 차로 부결됐다. 노동당(251표)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35표), 자유민주당(11표), 웨일스민족당(4표), 녹색당(1표), 무소속(4표) 등 야당이 일제히 찬성표를 던졌으나, 집권 보수당(314표)과 민주연합당(DUP·10표)이 결집하고 무소속 1표가 더해지며 메이 총리는 한숨을 돌렸다.
전날 브렉시트 합의안 비준 투표에서 118표의 반란표가 나왔던 보수당이 이날 불신임안 표결에서는 똘똘 뭉친 것을 두고 미국 CNN방송은 “평상시라면 집권당 내에서조차 공격을 받는 총리는 (집으로) 가야 한다”며 “그러나 브렉시트 시대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메이 총리를 대신할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16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하원에서 정부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에 앞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브렉시트 연기? 2차 국민투표?… 플랜B 촉각
메이 총리의 후속 행보는 법정 시한인 21일까지 플랜B를 마련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신임을 확인하자마자 야당 지도부를 만나 대안 논의를 시작했다.
최대 관심사는 기존 합의안에서 반발이 가장 심했던 ‘안전장치’(백스톱)에 변화를 줄지 여부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한 안전장치는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와 DUP 등의 반발을 샀다.
여당인 보수당 내에도 국민투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많다. 이 때문에 여러 물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차 국민투표 방안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17일 이브닝스탠더드 등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전날 성인 107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영국의 EU 잔류 찬성이 56%, 탈퇴 찬성이 44%로 2016년 국민투표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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