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시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FIFA 랭킹 91위의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치른다. 벤투호는 앞선 1차전에서 1-0 신승을 거두긴 했지만, 상대팀 필리핀의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뚫지 못해 애를 먹었다. 최전방을 제외하고 9명이 이중으로 수비벽을 쌓자 유효슈팅은 도합 4개에 그쳤다.
한국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예선에서 키르기스스탄을 만나 손흥민(27·토트넘)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그 당시도 특유의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수비수 김민재(23·전북)는 당시를 복기하면서 “생각 외로 수비가 탄탄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필리핀전의 숨은 공신이 황인범이다. 후반 초반 기성용(30·뉴캐슬)의 부상으로 황인범이 투입되고 곧이어 구자철 대신 이청용(31·보훔)이 나서면서 공격에 활로가 뚫렸다. 간결한 패스로 좌우 측면 돌파를 통해 공간을 확보했고, 이어 적극적인 침투를 통해 황의조(27·감바 오사카)에게 몰린 수비를 분산시켰다. 이는 황의조의 골결정력과 맞물려 선제 결승골의 밑거름이 됐다.
황인범은 필리핀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기성용 대신 중원을 책임질 전망이다. 의욕도 충만하다. 그는 지난 1일 아시안컵 최종 모의고사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부진한 경기력 탓에 빈축을 샀다. 당시 43일 만에 실전에 나섰던 터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황인범은 “기성용 선배는 나의 롤모델이다. 갑자기 투입됐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상 선발이 아니어도 경기장에서 뛰고 있다는 생각으로 벤치에서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키르기스스탄전에선 나에게 선발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해봤다. 피지컬과 압박이 좋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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