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1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해 준다.” 일본인 교사는 회유했다.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퇴학당한 그는 1920년 동기생들보다 2년 빨리 경성법학전문학교(서울대 법대 전신)에 들어가 3년 뒤 졸업했다. 1925년 22세의 나이에 일제의 고등문관시험 사법과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조선인으로는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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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대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사법 근대화에 기여한 조진만(1903∼1979) 전 대법원장. 사법정책연구원 제공 | 
10일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법원 인물사-조진만 전 대법원장’에 따르면 조 전 대법원장은 1926년 실무 수습을 한 뒤 경성지법 검사국 검사대리 등을 거쳐 1939년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한반도 전역을 통틀어 16명에 불과한 시절이었다.
일제강점기 부장판사에 오른 조선인은 그를 비롯해 단 2명이었다. 1941년 평양지법 부장판사가 된 김준평 변호사는 6·25전쟁 때 납북됐다.
조 전 대법원장은 1943년 변호사로 개업해 약 17년간의 일제 법관 생활을 마감했다.
광복 이후에도 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6·25전쟁 당시인 1951년 제5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취임 일성으로 인권 옹호를 내세운 그는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검사장 인사이동을 둘러싼 이승만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조 전 대법원장을 법관 등의 추천을 받아 제3대 대법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1963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이듬해 조 전 대법원장을 제4대 대법원장에 임명했다.
조 전 대법원장은 1968년 정년 퇴임으로 법복을 벗기까지 약 7년간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적잖은 업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판결문의 한글화와 가로쓰기화, 간이화가 손꼽힌다. 이 중 판결문 한글화는 타자기를 사용한 판결문 작성으로 이어졌다. 판결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이고 우리말로 된 법률 용어를 쓸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조 전 대법원장은 조직 개편에도 관심을 쏟았다. 1963년 서울 서대문구에 가정법원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그와 동시에 가사심판법이 제정돼 가사조사관 제도가 도입됐다. 심리학이나 교육학 등을 전공한 외부 전문가들이 재판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대법원 사건의 심리 및 조사·연구를 맡는 재판연구원 제도도 도입됐다. 지금은 재판연구관으로 명칭을 바꾼 이 제도는 상고심 보조 인력이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발전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 수호에도 기여했다. 1962년 전우영 육군 대령이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을 때 수차례 사의를 표하면서 군부 정권의 사법부 개입을 피하려 했다.
다만 조 전 대법원장이 사법권 수호에 소극적이었다거나 박정희 정권 아래 사법권 독립의 한계를 느껴 낙후한 사법제도의 근대화에 눈을 돌렸다는 평가도 있다고 사법정책연구원은 설명했다.
일제 치하에서 법관 생활을 하는 동안 창씨개명한 것도 오점으로 꼽힌다. 1940년 조 전 대법원장이 창씨개명한 이름은 ‘조가용부(朝家庸夫)’였다. ‘조선 집안의 못난 놈, 별 볼 일 없는 놈’이란 뜻이다. 이 때문에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정부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조 전 대법원장은 1979년 2월12일 별세한 뒤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제2묘역에 안장됐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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