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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일상의경제학] 대학 입시와 교육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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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3 20:30:01 수정 : 2019-01-03 20: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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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능력 증명할 ‘시그널링’ 도와줘/ 대학 정원 늘려 입시난 완화… 기회 줘야
매년 수십 만명 학생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 입시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거쳐 가야 하는 홍역과도 같은 고통일 수 있다. 이런 고통은 입시생인 학생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 함께 겪기에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 측면에서 이런 고통은 사회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1년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 교수의 연구 중 교육을 하나의 게임으로 분석하고 교육게임이라고 이름지은 바 있다. 스펜스 교수는 사람의 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봤을 때 해당 분야에서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경제학 용어로 자신의 능력을 시그널링(signaling)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된다고 가정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는 척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이 가능하기에 의문의 여지 없이 능력이 뛰어남을 보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스펜스 교수는 생각했다. 물론 교육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면도 있지만, 교육의 다른 한 가지 기능이 바로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과시할 수 있도록 시그널링을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시그널링을 한다는 것인가.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직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지적 능력과 체력이라고 했을 때 초등, 중등, 고등 및 대학의 오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과 체력을 갖춘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된다. 특정분야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잠시는 무리하게 노력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수년에 걸쳐서 성과를 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입시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쉬워서 원하기만 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하면 자신의 능력을 시그널해서 증명하는 효과가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해 대학을 나오더라도 취직에 도움이 거의 안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지옥과 같은 입시 고통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추후 좋은 직장에 가는 방법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교육을 받는 과정과 입학 과정에서의 고통은 일정 부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제학의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의 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어렵게 대학 교육을 받고 직장에 취업할 때 출신 대학을 기입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20년 가까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부당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음에 더하여 사람을 능력에 따라 적합한 분야와 직장에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경제의 원칙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입시의 고통 중 일부는 대학 정원이 너무 적다는 것에 기인한다. 특히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의 정원은 정부 정책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자신의 능력을 시그널링하기 위해 고통받는 한국의 학생 가족을 위해서라도 어느 수준까지 정원을 늘리는 것도 이젠 고려해 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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