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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양복, 집무실, 소파” 올해 김정은 신년사는 왜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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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2 07:00:00 수정 : 2019-01-01 19: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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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김정은 신년사①] 배경 분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일 신년사는 이전과 달랐다. 검은 양복을 입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갈색 소파에 앉아 전 세계인에게 새해인사를 건넸다. 마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직접 보고를 받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연단에서 대중을 향해 신년사를 발표한 것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국민에게 먼저 신년 인사를 전한 뒤 말미부분 북미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날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확실히 전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왼편 비워둔 소파를 카메라에 잡았다. 취임 7주년을 맞은 김 위원장이 이제는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대외적인 경제번영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 위원장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6∙12 조미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 요구에 맞는 두 나라의 요구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법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왔다”고 북미대화의 선제조건인 ‘비핵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하는 실천 행동으로 화답에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열린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지난 6월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익한 회담을 하면서 건설적인 의견을 나눴으며 서로가 안고 있는 우려와 뒤엉킨 문제 해결의 방도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대화재개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대북제재 완화 논의에서 북미 간 의견이 부딪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모습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트위터 캡처
◆ 한동안 조용했던 북미대화…신년사로 진전 있을까

김 위원장의 이런 메시지는 북미가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제재완화’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던 배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우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방북해 김 위원장을 면담한 뒤 “북한 방문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며 북미 간 대화는 난항을 겪었다. 올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지만 아직 실무협상조차 이뤄지지 못해 교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북 협상 실무진의 브리핑을 받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부보좌관으로 부터 브리핑을 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첨부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연합뉴스
◆ 전문가 “신년사에 북한 경제번영에 총력 기울이겠다는 의지 보여”

집무실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는 상당수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집무실에 위치한 일명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 앉아 브리핑을 하거나 받는 모습을 자주 공개해 왔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집무실 신년사에 대해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임기 초에 인민복을 입다가 현재 양복을 입고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하는 행동은 이제 개혁개방에 뜻을 두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의 북한 내부 통치체계는 이미 구축이 됐다”며 “이제는 경제번영과 인민들의 복지에 집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신년사 내용에 대해 “북한의 경제 번영을 위해서는 미국과 협상이 가장 중요한 만큼 북미대화에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미국이 안 받아 준다면 (성과를 위해)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경고성 의미도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옷과 집무실, 신년사 상당부분을 미국에 할애했다는 점도 트럼프와 대화에 강한 방점을 두고 있는 신년사”라고도 덧붙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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