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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돌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데 대한 충격이 큰 가운데 1일 개원 50주년 안내판이 내걸린 병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그는 생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긴 글에서 “나는 손재주도 없고 건강도 그리 좋지 못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아둔한 손으로도 최소한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정신과 의사가 됐다”고 소개했다. 2016년 집필한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선 “내가 삶을 지속하는 한 적어도 최악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가끔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부러지지는 않겠다고,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를 부러뜨리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삶이 바로 내 희망의 근거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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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화면 캡처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진료 중인 의사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의료계 전체가 충격에 빠져 있다”며 “임 교수를 추모하는 분위기와 함께 진료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2만4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 등 종사자들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병원에서 벌어지는 폭력 및 범죄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장치를 구비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잇단 응급실 폭행 사건 논란으로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응급실에서의 폭행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진료실 폭행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 회장은 “진료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하는 일도 적지 않다”며 “진료실 폭력에 대해 ‘반의사불벌죄’(피해자 처벌 의사가 있어야만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반드시 벌금이라도 부과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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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료 상담 중이던 의사가 환자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감식복을 입고 있다. |
경찰은 임 교수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박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전날 오후 5시44분쯤 강북삼성병원에서 임 교수에게 진료 상담을 받던 중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은 시인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고, 사건 당시의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의 정신병 전력은 개인정보 중 민감 정보로 확인해줄 수 없다”며 “유족 심리안정과 피해자 구조금 지급 등의 조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구성·김주영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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