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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민간인 사찰'로 봐야 할까…법적 기준은? [뉴스분석 ]

입력 : 2018-12-26 19:10:51 수정 : 2018-12-26 2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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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감독권한 없는 조직서 조사 당했다면 사찰" / 민간인·공직자 등 상관 없이 / 사찰 주체의 지휘·감독기관에 / 속했는지 여부로 불법 판단해야 / 청와대 특감반 감찰 대상은 / 대통령 임명 공직자·기관장 / “시중은행장은 해당 안 돼” “문재인정부 유전자에 민간인 사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민간인 사찰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는 20년 전의 대법원 판례까지 언론에 배포하며 지난 정권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사찰과 감찰의 경계는 뚜렷하지가 않다. 감찰 과정에서 어느 선까지 민간인을 조사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진 북적 검찰이 26일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와 관련해 청와대 일부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특별감찰관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입구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청와대는 최근 민간인 사찰을 반박하면서 과거 판례까지 언론에 배포했다. 1998년 7월 대법원이 선고한 국군보안사령부 사찰과 관련된 판례다. 노태우정부 시절 보안사가 법조인, 언론인, 재야인사 등 1300여명의 동향을 파악했다가 한 군인의 폭로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 대법원은 민간인 사찰을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 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한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민간인’으로 볼 수 있을까. 김 수사관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지시 등을 받아 시중은행장, 가상화폐 협회 및 관련자들, 심지어 언론인, 정치인, 교수까지 동향 조사를 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 해명처럼 김 수사관이 독단으로 한 것이라면 그의 책임이겠지만, 박 비서관 지시가 있었다면 불똥은 윗선으로 튈 수밖에 없다.

김 전 수사관의 첩보 목록에는 공공기관 임원 등에 대한 동향보고도 포함됐다. 대법원 다른 판례에 따르면 사찰 대상이 설령 공적 영역 종사자일지라도 사찰 주체의 지휘·감독 하에 있지 않다면 명백히 불법 사찰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이인규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타깃 삼아 저지른 사찰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윤리지원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은 소속기관의 직제와 공직윤리 업무규정에 규정된 업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직권남용(불법 사찰)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이 전 지원관은 징역 10개월이 확정됐다.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례도 들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진보 교육감들의 동향과 문화예술계 지원기관들의 블랙리스트 운영 현황 등을 파악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우 전 수석에 대한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를 인정하며 “민정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기관 임원들의 복무 동향을 점검할 법률상 근거가 없고 교육감에 대한 비위를 수집할 (대통령비서실 직제상) 권한도 없다”고 판시했다. 공직자도 적법한 권한이 없는 이로부터 사찰을 당했다면 불법이란 뜻이다.

26일 검찰은 민간인 사찰의혹과 관련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6일 “법률을 통해 민간인을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며 “대상자가 사찰 주체의 감독권에 있는 조직에 속해 있는지, 아닌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에 따르면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이다. 판사 출신의 한 법학교수는 “청와대 직원이 직접 동향을 파악하기보다 검찰 등에 넘겨 정당하게 비위를 파악했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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