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민간인 사찰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는 20년 전의 대법원 판례까지 언론에 배포하며 지난 정권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사찰과 감찰의 경계는 뚜렷하지가 않다. 감찰 과정에서 어느 선까지 민간인을 조사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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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북적 검찰이 26일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와 관련해 청와대 일부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특별감찰관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입구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그렇다면 어디까지 ‘민간인’으로 볼 수 있을까. 김 수사관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지시 등을 받아 시중은행장, 가상화폐 협회 및 관련자들, 심지어 언론인, 정치인, 교수까지 동향 조사를 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 해명처럼 김 수사관이 독단으로 한 것이라면 그의 책임이겠지만, 박 비서관 지시가 있었다면 불똥은 윗선으로 튈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례도 들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진보 교육감들의 동향과 문화예술계 지원기관들의 블랙리스트 운영 현황 등을 파악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우 전 수석에 대한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를 인정하며 “민정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기관 임원들의 복무 동향을 점검할 법률상 근거가 없고 교육감에 대한 비위를 수집할 (대통령비서실 직제상) 권한도 없다”고 판시했다. 공직자도 적법한 권한이 없는 이로부터 사찰을 당했다면 불법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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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검찰은 민간인 사찰의혹과 관련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6일 “법률을 통해 민간인을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며 “대상자가 사찰 주체의 감독권에 있는 조직에 속해 있는지, 아닌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에 따르면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이다. 판사 출신의 한 법학교수는 “청와대 직원이 직접 동향을 파악하기보다 검찰 등에 넘겨 정당하게 비위를 파악했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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