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KDB산업은행은 ‘2019년 설비투자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기업의 설비투자 규모가 상반기 계획했던 197조8000억원 대비 91.8% 감소한 18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189조8000억원)와 비교해 4.4% 감소한 액수다.
내년 설비투자는 주요업종의 회복이 불확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보다 6.3% 더 줄어든 170조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규모는 2017년 4.9%로 반짝 증가한 이후 2년 연속 감소폭을 키우며 하락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견·중소기업의 하락세가 가파를 것으로 분석된다. 중견기업의 설비투자는 올해 18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12조5000억원으로 31.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소기업은 올해 18조3000억원으로 14.1%, 내년은 13조8000억원으로 24.6% 축소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올해 145조원으로 3.7% 하락하지만 내년에는 143조7000억원으로 0.9% 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불안과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외부 환경 변화에 특히 민감한 기업군의 투자 축소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산은의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업황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자동차가 올해(12.6%)에 이어 내년(11.5%)에도 설비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한데다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역시 낸드(NAND)와 D램 가격 하락세로 올해 7.2%, 내년 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기업체들은 83%가 ‘4차 산업혁명’ 기술 투자가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실제로 투자를 실행한다는 응답률은 17.8%에 그쳤다. 산은은 “대기업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관련 투자를 실행에 옮기는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정체되는 등 기업 규모별 격차가 관찰된다”고 풀이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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