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 경계에 자리한 충북혁신도시 내 공용터미널 사거리. 터미널 앞 6차로 도로는 혁신도시의 중심도로이지만 승용차와 공사 차량만이 가끔 지나갔다. 사람 구경은 움직이는 차량보다 더 보기 어려울 정도다. 터미널 안에는 오후 5시30분인데도 아저씨와 아주머니 10여명만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천읍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양승철(68)씨는 “오후 7시면 막차가 끊긴다”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승용차를 이용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 500명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미널 안 식당에도 2명씩 앉은 두 팀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터미널 바로 옆 고층 오피스텔 빌딩 1층은 몇 개월째 입주하는 사람이 없어 비어있는 상태라고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혁신도시 내에는 오피스텔과 상가 건물이 많이 지어졌지만 빈 상가들로 즐비했다. 충북혁신도시발전추진단 관계자는 “이 혁신도시는 원룸 등 단독주택을 지을 수 없도록 법이 정해져 높은 건물의 오피스텔이 많다”고 말했다.
이전 기관들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자 거리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공터와 주차장에 있던 30여대의 대형 버스들이 한국가스안전공사 후문과 한국교육개발원 대로변에 줄을 서는 것을 시작으로 이전 기관을 차례로 돌며 직원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10여분 만에 10개 이전기관을 훑은 버스들은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이들 버스는 각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자금을 투입해 무료로 운영 중이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현지 정착이 지지부진하다. 특히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과 충북 등지에서는 직원 태반이 출퇴근하거나 ‘나 홀로’ 이주족이 많아 혁신도시 조기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전국 10개 혁신도시 내 이전 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평균 36.6%에 머물러 있다. 미혼 독신인 직원(24.9%)을 포함해도 이주율은 61.5% 수준이다.
충북혁신도시는 현재까지 이전한 10개(계획 11개) 기관 직원 2798명 중 가족동반 이주자는 18.2%(510명)에 그쳤다. 42.1%(1178명)는 매일 회사가 마련해 준 셔틀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나머지 19.5%(545명)는 혼자 내려와 외롭게 생활하는 이른바 ‘기러기’들이다.
진천군과 음성군은 각각 출장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하나의 도시지만 행정구역이 둘로 나뉘면서 주민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보건소, 청소년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을 어느 한쪽에 지으려면 “이곳에도 설치해 달라”는 민원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김진선(41·여)씨는 “우체국 위치가 행정구역상 음성 맹동면에 있다”며 “진천지역 주택에 사는 주민이 택배를 찾으러 10㎞ 떨어진 진천읍을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군은 2014년부터 조례 개정을 통해 제증명 수수료(42종), 주민세(1만원), 쓰레기봉투(20L 340원), 상하수도요금, 시내버스 요금을 단일화했다. 하지만 100여 종의 제증명 수수료와 복지서비스 통합은 마치지 못했다. 진천은 민간 어린이집을 다니는 셋째 자녀에게 매월 3만∼5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한다. 음성에서는 이런 혜택이 없다. 출산 축하금 지급액도 다르다.
진천·음성=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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