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전 여자친구 인증사진’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줄이어 올라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일베 회원들은 여성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부터 성관계 사진, 특정 신체부위가 찍힌 사진까지 서로 공유하며 “일베 인증” “이런 게 일베지”라고 서로를 칭송했다. 일베 게시판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 한 여성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가 알아보고 혹시나 카톡이 오지 않을까. ‘너 전에 사귀었던 걔가 네 사진 올렸더라.’ 연락 올까봐 걱정됐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경찰은 22일 일베 사이트를 압수수색하고 불법촬영물을 업로드 한 회원정보와 접속기록 확보에 나섰다.
이별 후 헤어진 연인의 사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 건 수는 최근 5년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범죄는 ‘이별범죄’의 한 유형으로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보복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증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 삽시간에 웹하드, P2P(개인간 공유)로 퍼질 수 있어 심각성이 적지 않지만 처벌수위가 솜방망이에 그친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여친 인증 수사 대응법’을 담은 매뉴얼까지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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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올라온 ‘전 여친 인증’ 사진. 사이트 캡처 |
◆5년새 2배 증가한 불법촬영 범죄…“헤어진 연인에 대한 앙심 때문”
가수 구하라(27)씨는 지난달 4일 전 남자친구 최종범(27)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협박 및 강요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최씨가 이별 후 과거에 찍은 사진을 구씨에게 전송해 협박하고 무릎까지 꿇도록 했다는 것이다. 소식을 접한 팬들과 여성들은 분노했다. 같은 날 ‘최씨와 비슷한 리벤지 포르노범들을 강력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 2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호소했다.
불법촬영물 유포 범죄는 지난 2013년 2300여건에서 5년간 계속 증가해 2017년 5400여건에 달했다. 5년 새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촬영물 상당수는 헤어진 전 연인에서 비롯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별범죄’의 새 유형이라는 분석이다.
빅데이터 업체 다음소프트 최재원 이사가 지난달 공개한 올해 ‘이별’의 연관검색어에는 ‘안전(2만8650건)’이란 단어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누리꾼들은 ‘이별’하면 ‘아픔(6256건)’을 떠올렸지만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등이 이슈화하며 이별의 연관검색어로 ‘안전’이 새롭게 떠오른 것이다. 최 이사는 당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온라인상에서는 안전이별하고 싶다, 안전이별 도와주세요 같은 비공개 게시판에서의 게시글도 분명히 나오고 있다”며 “안전이별을 하기 위해서 어떤 팁들이 있으면 좋겠냐. 이런 걸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도 2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일베 회원들의 전 여친 인증에 대해) 이별범죄 측면이 강하다”며 “앙심을 갖고 해코지하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상대의 동의를 받아 나체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것은 요즘 분위기상 어쩔 수 없어 보인다”면서 “하지만 유포는 다른 차원이다. 유포죄에 대한 처벌이 현재 솜방망이 수준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불법촬영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법망 피하는 매뉴얼까지 등장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법촬영물이 오르면 순식간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P2P사이트, 웹하드 등을 통해 일파만파 공유되기 시작한다. 어디로 어떻게 공유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처벌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이용촬영죄)’에 따르면 성적 욕망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이를 상영,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유포된 촬영물이 연인과 사귀고 있을 당시 동의하에 촬영한 것이라면 형은 더욱 낮아진다. 이때는 가해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반면 실제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2013년 이후 불법촬영물 유통으로 법정최고형인 5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중 67%는 집행유예로 풀려놨고 실형을 산 사람은 전체 7.2%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벌금형에 그쳤다는 것이다.
처벌 수위가 약하다보니 이들은 징역을 피하는 방법까지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여친 인증 논란이 된 직후 일베에는 “처벌 피하는 법”, “일베 처벌이 가능한지 체크해보자” 등 처벌에 대처하는 각종 게시물들이 잇따랐다.
◆ “불법촬영 처벌 강화해 달라” 들끓는 여론
여론도 들끓고 있다. 지난달 불법촬영물을 규탄하는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일명 혜화역 시위)’는 5차까지 진행됐고 “일베 여친, 전 여친 몰카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 “불법촬영 처벌 수위를 강화해 달라” 등 관련 청원도 줄이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리벤지 포르노 처벌강화 청원에 답변자로 나서 관련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법무부에서는 이미 이 불법영상물 촬영 유포행위에 대해서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바가 있다”며 “불법 영상물에서 개인의 신원을 알아볼 수 있는 촬영물을 유포하는 범죄.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는 범죄는 ‘벌금형’을 배제하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그런 성폭법 개정안, 유포 관련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범죄수익처벌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안들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가 인터넷에 오른 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사건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여진 활동가는 통화에서 “본인이 사진의 사진이 올라간 경우엔 유포피해와 마찬가지로 경찰에 신고하고 삭제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며 “경찰 신고 시 체증자료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캡처 등 증거를 잘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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