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1년차 직장인 A씨는 최근 같은 팀 동료 B대리로 인해 고민이 많다. B 대리의 업무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그녀에게 일이 몰리기 때문이다.
회사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담당 팀장은 대외업무를 볼 때 남자가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업무를 그녀에게 맡겼다. B대리의 이야기는 김씨의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유명하다.
26일 A씨는 “사실 팀장이나 관리자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보다 업무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바로 윗 선배의 업무능력 부족으로 일이 몰려 너무 힘들다”며 “제 연차에 할 일이 아닌데도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하는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제가 대리에게 업무분장을 부탁해도 본인이 바쁘다는 핑계로 일을 미루다보니 결국 후배들의 고통이 많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최근 직장내 갑질 중 관리자가 아닌 대리 등 선배들로부터 받는 갑질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이 많다. 특히 여자 회사원들은 대부분 남자 직장인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거나 과도한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관리자는 13%, 가까운 동료가 18%
대부분의 2, 30대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대표 등 운영자와, 부장 등 중간관리자 보다 함께 일을 하는 선후배들 사이의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직장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는 부장 등 관리자가 아니라 가장 많이 보는 선배들과 동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2017년 NHS 잉글랜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직원의 13%가 관리자로부터 괴롭힘, 18%는 동료, 28%는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를 조직에 보고한 경우는 48% 밖에 되지 않았다.
즉 회사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출처는 13%가 관리자, 18%가 동료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속 선후배, 동기들 사이에서 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대리님 덕분에 반납한 휴가’…부당한 업무도 갑질
한 대기업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C씨는 최근 여자친구와의 일본여행을 위해 휴가를 계획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바로 윗 선배인 D대리와 갈등이 있었기 떄문이다. C씨가 먼저 휴가를 썼지만, D대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제안서 작성에 C씨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C씨에게 휴가를 미루라고 말했다.
C씨는 “팀에서 막내이다보니 물론 서포트의 역할도 있지만, 사실 본인이 맡아서 하면 될 일을 후배에게 떠넘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업무적인 면에서 서로 갈등이 있어 회사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사 선후배간 갈등이 있는 직장인은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처럼 본인이 할 업무를 후배에게 부당하게 지시할 경우에도 회사내 갑질에 포함된다. 채용정보사이트 잡플래닛은 10월까지 유입된 전체 리뷰 중 갑질 관련 제보 건수를 집계한 결과 8945건으로 나타났고, 이중 이외 직무 관련성이 떨어지는 부당한 업무에 관한 제보가 5.54%였다.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노는’ 기업문화 바뀌어야
지난해 10월 세계일보와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분석 결과 ‘글로벌’을 앞에 달고 사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 중견·중소기업까지 비민주적인 풍토를 걷어내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설문조사 대상자 중 ‘어떤 직장문화를 희망하는가’라는 주관식 질문에 답변한 내용 589건(복수응답)을 분석했더니 △부서·동료간 상호 존중 △수평적·합리적 토론 문화 등이 5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 △사내정치 타파 등(24.8%) △일과 삶 균형 △경쟁보다 배려와 협력 등(17.7%)이 뒤를 이었다.
즉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원하는 직장은 적절한 업무분배와 선후배간의 존중, 또 배려와 협력이 우선시 되는 기업문화를 가진 직장이었다.
설문 응답자 다수가 “호칭만 수평적이고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모두의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었으면 한다”거나 “집단회식 근절 등 서로의 자율을 존중, 배려해주고 퇴근 후나 휴가기간 업무 지시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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