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지난 4일 최근 100일 동안 외국인 범죄를 집중 단속해 886명을 검거, 그중 89명을 구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처럼 외국인들은 범죄를 많이 저지를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그들에게 배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범죄 유형에서 내국인 범죄 발생률이 외국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 중 극단적인 사례를 무리하게 일반화할 것이 아니라 실제 범죄율 등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삼아야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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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림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회사원 박모(29)씨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중국 본토요리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것을 알지만 찾아가기 꺼려진다고 한다. 박씨는 통화에서 “중국 유학생활 동안 먹었던 음식 맛이 그리워 대림동 맛집을 찾아가고 싶지만 ‘대림동=칼부림’이라는 인식이 강해 무섭다”며 “특히 해가 지고 난 다음엔 대림동에 갈 엄두도 못 내겠다”고 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수도권 거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오해와 편견’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더 위험하다’는 항목에 10.0%(50명)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48.0%(240명)가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다. 또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증가는 범죄율을 높일 것’이라는 항목에는 17.2%(86%)명이 ‘매우 그렇다’, 57.8%(289명)가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외국인은 위험한 존재라며 추방해달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온다. 한 청원인은 “외국인 노동자, 난민들은 잠재적인 테러와 치안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범죄자임을 알아야 한다”며 “186만명 외국인들 추방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여기가 한국인지 차이나타운인지 모르겠다. 중국인들끼리 싸우는 것도 많이 봐서 길 다니기가 무섭다”며 “외국인 범죄와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청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불법 체류자 단속해서 쫓아내 달라” “외국인들은 폭력성에 노출돼 있고 성희롱 등 각종 범죄에 둔감해져 있다. 입국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등 외국인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청원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범죄 유형에서 내국인의 범죄 발생률이 외국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다만 범죄유형을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으로 한정했을 때는 외국인 범죄가 내국인 범죄보다 발생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8월 공개한 ‘한국의 범죄 현상과 형사정책(2017)’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인구 10만명당 범죄 인원 검거 현황은 내국인이 평균 3368명인 반면 외국인은 평균 1441명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만 살인 범죄의 경우 2012년부터 5년간 10만명당 범죄 인원 검거 현황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평균 4.2명으로 내국인(평균 1.8명)보다 2배 이상 높았고, 강도 범죄의 경우에도 내국인을 상회하는 범죄 발생률을 보였다.

최영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외국인 범죄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그 증가비율이 체류 외국인의 증가비율을 앞질렀으나 2012년 이후에는 비교적 체류 외국인의 증가율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체류 외국인의 증가가 지속되는 한 외국인 범죄 검거 인원의 증가는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 범죄 검거 인원의 증가비율이 체류 외국인의 증가비율을 넘어서는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외국인범죄에서 다른 범죄유형과 다르게 살인 범죄와 강도 범죄의 발생률인 높은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 외국인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 “언론, 영화 등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또 하나는 외국인 범죄 사례만 따로 모아서 게재하는 등 외국인 혐오를 강조하는 블로그 등 온라인 콘텐츠의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이어 “대표적으로 2012년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을 들면서 외국인 범죄가 심각해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 쫓아내자 등 결론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은 맞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종합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일반화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원춘 사건’이 국민들에게 조선족 혐오라든지 불안감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고, 이런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건 극단적인 사례”라며 “실제 외국인 범죄율은 낮고, 전과가 있는 외국인에게는 비자를 주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등의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설 교수는 살인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국적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해자가 외국인인 살인 범죄는 보통 피해자도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며 “한국인들이 그렇게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물론 모든 외국인이 선량한 것은 아니다”며 “시민들 스스로 밤에 으슥한 길을 피하는 등 조심하는 자세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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