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서 "원세훈 선거법 위반 아냐"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전원합의체는 종교를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씨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장·대법관 13인 모두가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다수결로 판결을 선고해 대법관들 간의 의견 불일치가 ‘소수의견’의 형태로 공개되는 점이 특징이다.
조 대법관은 현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은 두번째 서열이다. 대법관들 중에선 가장 선임이다. 그런 그가 전원합의체에서 다루는 주요 사건마다 김 대법원장과 의견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김명수 코트의 반대자’란 별명이 붙을 정도다.
이번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에 앞서 조 대법관이 김 대법원장과 견해차를 드러낸 가장 대표적 사건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상고심이다. 올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관 11대2 의견으로 확정했다. 핵심 쟁점은 원 전 원장의 행위가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다수의견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 공무원들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집단적으로 했다”고 판시해 원 전 원장의 부당한 대선 개입을 인정했다. 하지만 조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원 전 원장의 경우 국정원 직원들과 선거운동을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선거법 위반행위로 인정되는 댓글 활동 규모도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개입으로 보기 미미한 수준”이라고 김 대법원장 등의 다수의견을 반박했다. 국정원이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댓글의 성격이나 숫자로 미뤄볼 때 대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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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 1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종교적 병역거부자 상고심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권순일, 김소영 대법관, 김 대법원장, 조희대, 박상옥 대법관. 당시만 해도 대법원 서열 2위였던 김소영 대법관이 임기만료로 물러나면서 조희대 대법관이 대법원장에 이은 선임 대법관으로 서열 2위가 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올해 3월 선고한 국방부 불온서적 사건도 조 대법관과 김 대법원장이 대립각을 세운 사례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국방부가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도서 23종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해 군내 반입을 금지한 조치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국방부 조치는 헌법상 학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육군 법무관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자 이에 불복해 징계 무효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낸 것이다.
1·2심은 징계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나 상고심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9대4 의견으로 “징계 조치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향후 군인들이 불순한 의도의 집단행위를 해도 제재가 어려워져 군기 문란을 초래하고 국가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그랬듯 군대와 관련한 사안에서 유독 엄격한 보수적 관점을 견지하는 조 대법관의 특색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12월21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도 조 대법관의 ‘반골’ 기질을 보여준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미국 뉴욕의 공항을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되돌리도록 지시하는 등 정상적 운항을 방해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기내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 등에게 시비를 걸고 비행기를 회항시켰다는 이유에서 ‘땅콩회항’이란 이름이 붙었다.
쟁점은 항공기가 다니는 길, 이른바 ‘항로’에 지상 활주로도 포함되는지였다. 김 대법원장 등 10명은 ‘하늘길만 항로에 포함된다’고 본 반면 조 대법관 등 3명은 ‘항공기가 다니는 길은 지상과 공중을 불문하고 모두 항로’란 취지의 주장을 폈다. 조 대법관은 다수의견을 반박하는 소수의견에서 “항공기는 배와 달리 이륙 전과 착륙 후에는 당연히 지상을 다닐 수밖에 없다”며 조 전 부사장에게 더 무거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기소한 '삼성 사건' 상고심 주심 대법관도
조 대법관은 경북 경주가 고향이다.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13기)을 거쳐 1986년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대구지법원장으로 근무하다 대법관에 발탁됐다. 평소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동료 및 후배 판사는 물론 법원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조 대법관에 대해 “재판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한다”며 “특히 당사자 주장을 경청해 억울함이 없도록 배려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주요 사건들 중 하나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주심 대법관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로 지난해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된 이 부회장 사건에서 1심은 삼성 경영권 승계 등 현안과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모두 인정해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없었고 어떤 형태의 청탁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상고심 주심인 조 대법관의 판단에 법조계와 재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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