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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목적” vs “동물학대”...우리 시대 동물원은 필요할까 [댓글의 댓글]

입력 : 2018-11-02 09:00:00 수정 : 2018-11-01 19: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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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통키의 죽음이 부른 동물원 존폐 논란
에버랜드 홈페이지 캡처.
<기사 요약>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24살 북극곰 ‘통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보낸 통키는 국내에 남은 마지막 북극곰이었습니다. 국제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 사육장에서 실외 에어컨도 없이 한국의 폭염을 버텨야 했던 통키... 단 한번도 북극을 볼 수 없었던 북극곰의 죽음은 우리에게 ‘동물원 존폐’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주었습니다.

퓨마 뽀롱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18일 사육자가 실수로 열어둔 사육장 문을 나선 뽀롱이가 사살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폐지 청원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청원인은 “동물 입장에서는 동물원이 1평짜리 유리방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일 것”이라며 “야생동물이 동물원에 있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고문”이라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불안한 듯 철창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늑대, 같은 자리에서 빙빙 도는 하이에나, 벽에 자꾸만 머리를 부딪치는 돌고래…. 모두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입니다. 정형행동은 자폐증 증세로 환경을 통제할 수 없어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에 노출될 때 주로 나타납니다. 통키도 계속 같은 곳을 도는 정형행동을 보였다고 하네요.
사람처럼 옷을 입고 동물쇼를 준비 중인 오랑우탄 오랑이. 쥬쥬동물원 제공
‘동물쇼’도 학대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이사는 2015년 한 기자회견에서 “원숭이쇼 사육사로 일했던 많은 이들이 (원숭이를) 때리지 않고서는 훈련이 되지 않는다고 증언한다”고 말했죠. 2013년에는 조련사가 바다코끼리를 발로 걷어차거나 파리채로 후려치는 학대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당 동물원을 검찰에 고발했던 카라의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보다 힘이 세졌다는 이유로 오랑우탄 손의 인대를 끊어버리는 일도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폐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부실한 법체계도 동물 학대를 거들고 있습니다. 2017년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은 신고만으로도 설립-운영할 수 있습니다. 사육환경과 관리기준 등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점검제도조차 없어 처벌할 근거도 없습니다. 반쪽짜리 법률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거센 비판 여론에 정부가 동물원 허가제 전환을 골자로 한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환경부는 이달 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말까지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네요.

동물원은 정말 필요할까요? 찬반 대립이 팽팽합니다. 찬성 측은 동물원의 교육적 역할과 멸종 위기 동물의 보호-번식 기능을 강조합니다. 반대 측은 동물을 가두고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인간의 잔혹한 이기심이라고 주장하죠. 전문가들은 생태계를 최대한 재현한 곳에서 동물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생태형 동물원’을 대안으로 제안하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생기면 참 좋겠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네요.
좁은 전시관에 갇혀있는 호랑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공원 철창 안에서 재규어가 계속 왔다 갔다 하더라”

pero****-“애들 데리고 서울대공원 소풍 갔다 왔다. 조그만 철창 안에 재규어가 계속 밖을 보며 이리 갔다 저리 갔다만 반복하고 있었다. 내려올 때 다시 봤는데 여전히... 그 조그만 철창에서 미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네이버)

댓글의댓글=동물의 정형행동을 목격하셨군요. 이 댓글처럼 동물원의 실태는 장밋빛 상상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행복한 동물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죠. 적어도 이거 하나는 교육적이군요. ‘좁은 철창에 재규어를 가둬두면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요.

◆“북극곰 애처로워”… 동물단체들도 지적 잇따라

sige****-“저도 동물원 폐지 원합니다. 북극곰 가서 보면 정말 애처로웠어요. 살은 빠져있지 흰색이어야 할 털은 회색이나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어요. 몸에 물이끼가 낀 것처럼요. 보통 털은 그 아이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건데... 동물원 일하시는 분들... 직장 잃는다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 걔네들 삶이 더 불쌍해요.”(네이버)

=맞습니다. 여름철 통키의 털이 군데군데 녹조로 물든 것이 목격되며 당시 동물보호단체들의 성토가 이어졌는데요.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2015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녹조가 낀 북극곰은 환경이 안 맞아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하나의 징표인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극곰은 기온이 영상 5도를 넘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고 알려졌습니다. 통키의 녹색 털은 사람들에게 ‘현재 환경이 아주 나쁘다’고 보내는 신호와 마찬가지였네요.(네이버)
북극곰 통키 생전 모습. 유튜브 케어 캡처
◆“동물원은 동물학대 현장이자 수용소”

하하****-“괴로워하는 동물을 보는 곳=동물원/동물 학대 현장=동물원/동물 수용소=동물원... 동물 사랑을 체험하려면 차라리 유기동물 보호소가 훨씬 좋은 곳임”(다음)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댓글이네요. 심지어 처음 ‘동물 수용소’를 ‘동물 정신병원’으로 썼다가 정정하셨는데 그 이유가 기막힙니다. 정신병원은 정신병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동물원은 동물의 정신병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라네요.

◆“반려견도 동물원의 동물과 같은 처지” 지적도

eorm****-“지들이 키우는 개는 갇혀있고 싶어서 갇혀있냐? 그저 지들 눈에 귀여우라고 털을 깎고 불편해 하는 옷 입히고 사료 줘놓고 옆에서 고기 쳐먹으면서 개가 껄떡대면 혼내고. 동물원이랑 집이랑 다를 게 뭐지?”(네이버)

=대댓 186개가 달리며 가장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댓글입니다. 덕분에 저도 반려동물의 행복권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우리의 이기심이 반려동물을 인간사회에 편입시킨 건지, 그들이 우리 곁에 와 공존하고 있는 건지... 우리집 고양이를 잡고 묻고 싶네요. “내가 너를 택한 것이니? 아니면 네가 나를 택한 것이니?” 조심스럽게 이렇게 제안해 봅니다. 일단 우리는 현재 우리 곁의 동물들이 행복하도록 노력하자고, 배를 곯며 길거리를 떠돌고 끔찍한 학대를 당하는 동물들부터 먼저 챙겨보자고 말입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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