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디스크의 실소유자로 알려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관련한 파문이 끊임 없는 가운데 양 회장이 회사 워크숍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닭을 죽이는 데 사용하도록 강요한 도구는 당초 알려진 석궁이 아닌 레저용으로 애용되는 컴파운드 보우(Compound bow)로 밝혀졌다.
석궁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포법) 대상인 만큼 구매와 소유를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구매·소유하려면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반해 양궁용 활로 알려진 컴파운드 보우는 총포볍 제재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파문으로 전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양 회장은 적어도 총포법 위반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지난달 31일 올린 영상(사진)을 분석한 결과 양 회장이 2016년 강원 홍천 소재 위디스크 연수원에서 개최한 직원 워크숍에서 사용하도록 강요한 활은 컴파운드 보우였다.
영상에는 양 회장이 컴파운드 보우를 들고 살아있는 닭을 쏘고, 직원들에게도 이를 쥐여주며 닭을 잡게 하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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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크로스보우·왼쪽)과 컴파운드 보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동영상에 등장한 컴파운드 보우는 3~5개의 활줄이 도르래에 감긴 구조다. 작은 크기지만 큰 활과 유사한 위력을 낼 수 있다. 미국의 발명가 홀레스 윌버 앨런(Holless Wilbur Allen)이 고안했는데, 현재는 사냥과 레져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계식 구조를 가졌다. 사냥용 컴파운드 보우는 사슴이나 곰을 잡는 데로 이용된다. 국내에는 2002년을 기점으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컴파운드 보우는 브랜드와 탄속성 등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되는 중이다. 별다른 규제가 없는 만큼 인터넷에서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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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5일 '판사 석궁 테러 사건'에 실제 사용된 석궁. 연합뉴스 |
이와 달리 발사 무기인 석궁은 우나라에서는 '쇠뇌'라고 불리며, 영어 명명은 십자가 모양의 형태에서 유래한 '크로스 보우'(Cross Bow)다.
석궁은 과거 악명을 떨친 일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건인 이른바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이다. 2007년 1월15일 한 대학 교수가 재임용 탈락에 불응해 소속 대학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린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불만을 품고 석궁을 쏘아 부상을 입혔다.
국내에서 석궁은 발사 무기로 분류돼 법적으로 구매 및 소유가 제한된다.
총포법에 따라 석궁과 더불어 총포, 도검, 화약류, 분사기, 전자충격기의 허가와 취급을 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총포법 2조 6항에 따르며 석궁은 활과 총의 원리를 이용해 화살 등의 물체를 발사해 인명에 위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조준 및 발사장치 등 총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기기로서 국궁 또는 양궁에 속하는 것을 제외한다. 이에 규제 대상 활은 ▲일반형 석궁 ▲도르래형 석궁(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것) ▲권총형 석궁에 한정됐다.
석궁의 소지는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경찰에 무기를 맡기거나 허가받은 수렵기관에 보관하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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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SBS 교양 프로그램 'TV동물농장'에 제보된 '화살맞은 고양이 동영상' 내 고양이. 이 고양이는 컴파운드 보우용 화살을 맞았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
이와 달리 컴파운드 보우는 국내에 동호회가 생길 만큼 소지가 자유롭다. 따라서 석궁과 그 위력이 엇비슷한 컴파운드 보우를 두고 공포법의 규제 대상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가 논란이 있어왔다.
과거 유튜브에 올라온 석궁과 컴파운드 보우 간 위력 비교실험 영상을 보면 최대 속력은 비슷하거나 혹은 컴파운드 보우가 더 높아 두 화살 모두 비슷한 위력을 보였다.
석궁과 컴파운드 보우는 화살 간에도 모양의 차이는 있으나 성능의 차는 크지 않아 총포법상 규제 대상 '활'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어온 것이다.
2015년 SBS '동물농장'에 제보된 '화살 맞은 고양이' 동영상 속 화살은 컴파운드 보우에서 발사된 것이다. 당시 방송은 해당 화살에 대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양궁 스포츠로 사냥용과 레저용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 컴파운드 보우 소유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캄파운드 보우는 사실상 허가 없이 갖고 있을 수 있는 최고의 살상 무기"라고 언급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활은 석궁만 총포법 허가 대상이기 때문에, 양 회장이 소유한 컴파운드 보우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양 회장이 석궁을 쓴 것으로 오해받아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사진)는 '진나라 천하통일의 비기'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손 앵커는 석궁의 유래와 역사적 의미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무기인 석궁이 논란이 된 것은 2007년 발생한 이른바 석궁 테러 사건이었다"며 "11년 만에 이 섬찟한 느낌의 무기는 난데 없는 장소에서 또다시 등장했다"며 양 회장의 연수원 동영상을 거론했다.
이어 "누군가를 강압하여 석궁을 쏘개 하고 심지어 일본도를 휘둘러 닭을 내리치게 했다는 믿기 힘든 사건"이라며 “석궁은 단지 닭을 향해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 생업이 걸린 사람들의 존엄을 향해서 발사돼서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뉴스타파, JTBC '뉴스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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