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현금화 자산’은 2016년 594조7780억원이다. 김 의원은 현금과 만기 3개월 내 금융상품 등 현금성 자산, 만기 1년 내 금융상품이나 대여금 등 단기투자자산을 현금화 자산으로 집계했다.
기업 현금화 자산은 2009년 337조9970억원에서 9년 동안 1.8배 늘어났다. 2013년 423조1120억원으로 400조원을 돌파한 뒤 2년 만인 2015년(544조4330억원) 5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가 가속화됐다. 증가율을 봐도 2009~2012년엔 3~4%대였으나 2013년 11.8%, 2014년 10.8%, 2015년 16.1%로 고공행진했다. 2016년 9.2%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업 현금화 자산이 급증한 2013∼2016년 증가분은 171조6660억원이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 총합은 412조6240억원이다. 기업들이 번 돈의 41.6%를 모아둔 셈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8월 중 통화 및 유동성’을 봐도 기업의 광의통화(M2) 보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기업의 M2는 693조9177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3400억원,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9조8401억원이나 증가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고용환경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기업도 현금화 자산이 시설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달리 가계가 보유한 예금 등 현금 자산은 감소세다. 8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는 7월 1394조6031억원에서 1394조677억원으로 5354억원 줄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통화량이 줄어들기는 2013년 2월(-1조2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가계 여유자금도 점점 줄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11조원으로, 지난해 3분기(9조7000억원)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순자금 운용은 경제주체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이다.
이는 가계가 내 집 마련, 부동산 투자 등을 위해 예·적금을 깬 결과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올해 45만1000호로, 지난해(38만6700호)보다 늘었다. 한은은 “신규 주택 구입 등으로 가계의 수시입출식 정기예금 등에서 감소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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