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당시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예언은 적중해 지난 10년간 나는 토요일에 계속 수업을 하고 있다. 직장인이 주말이 이틀로 늘어나자 토요일에 자기계발을 위한 강의를 듣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했고, 학교를 운영하는 총장 입장에서는 토요일 수업에 학생이 모이므로 교수들에게 토요일에 수업을 하도록 권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가 토요일에 수업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지만 추가 수당이 나오다 보니 아내가 주말에 노느니 가서 수업하라고 권하므로 토요일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직장인의 주5일 근무가 교수의 주6일 근무를 의미하는 것인지 당시에는 몰랐던 나의 무지함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 한 분야에 일어난 변화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른 경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한다. 원래 풍선효과라는 말은 경찰 업무에서 나온 용어라고 하는데, 한 분야나 지역의 범죄를 강력하게 단속하면 그 범죄자들이 다른 분야나 지역으로 옮겨가서 다른 범죄가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치 풍선의 한 부분을 누르면 다른 부분이 팽창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도 사실 1997년 우리가 IMF 위기라고 부르는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풍선효과라는 주장이 있다. IMF 위기 때 실물경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단기적으로 달러를 구할 수 없어서 국가가 부도 위기를 맞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그 교훈을 바탕으로 달러로 표시된 미국의 자산을 엄청나게 사들이게 됐다. 한국의 자산은 위기 시에는 원화로 판매하고 다시 달러로 바꿔야 하지만, 미국의 자산은 바로 그 자체가 달러로 판매되므로 IMF와 같은 위기를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엄청난 돈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자 미국의 은행에 돈이 흘러 넘치게 된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 새로 엄청난 예금이 들어오자 미국의 은행들이 새로 돈을 대출할 사람을 찾았고, 그 결과 빚의 상환 능력이 의심돼 그때까지 대출해주지 않았던 미국인에게도 대출을 시작했으며, 결국 상환능력이 부족함에도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일시에 부도를 내자 미국의 금융위기가 닥친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를 다루는 데에도 풍선효과를 고려하면 복잡해지는데, 현대사회에서 전 세계적인 풍선효과를 고려하려면 모든 정책 입안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견 옳은 것 같은 개혁을 과감하게 시행하는데 경제학자들이 이유도 없이 주저하는 듯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랜 경험을 통해 풍선효과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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